[2002 길섶에서] 조기 황혼

[2002 길섶에서] 조기 황혼

이상일 기자 기자
입력 2002-02-20 00:00
수정 200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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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인 A씨는 고등학교 2학년 외아들을 캐나다에 유학시켰다.그래서 집에는 그들 부부들만 산다.마치 자녀를출가시킨 노년의 부부처럼….B씨는 중학교 3학년 딸을 뉴질랜드 학교로 보냈다.그러자 요즘은 딸이 떠난 공간이 크다고 아주 쓸쓸해 한다.그는 “나중에 결혼시킬 때의 허전감을 미리 연습하는 셈”이라고 자위했다.

조기 유학을 보낸 이유는 나름대로 절박해 보인다.국내의‘열악한’ 교육 현실에서 자신들의 자녀가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학벌 위주의 한국 풍토에서 엘리트되기도 힘들다면 해외유학이 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그러면서도 다른 가족들이 모여 떠드는 가운데 조기 유학 부모들의 모습에 왠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부모와 자녀들이 같이 사는 시간은 20년 남짓.그 동안에도멍하니 TV를 보거나 갈등을 겪느라 정말 부모와 자녀가 밀도있게 대화하고 지내는 시간은 얼마 안된다.스스로 ‘조기황혼’을 초래한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삶과 가족의 의미를되새겨 본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2-02-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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