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학이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

[데스크 칼럼] 대학이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2-18 00:00
수정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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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경제부총리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학기부금입학제 허용’과 ‘학생 선발권 대학에 일임’ 등 ‘대학진입장벽 철폐’를 겨냥한 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학교육정책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진 부총리와 KDI의 제언은 고교평준화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획일적인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현재의 대학생 선발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제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재계는 그동안 ‘풀빵 찍어내기식’ 대학교육의 문제점을숱하게 지적해 왔다.서열도 특징도 없는 대학교육으로 인해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2∼3년간 재교육을 시켜야만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하소연이었다.

기업의 이같은 푸념은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결과를 낳았다.지난 96년 30대 재벌기업과 공기업·금융산업 등 주요 기업집단의 채용자 구성비율에서 신규 채용이 65%,경력직이 35%였으나 2000년에는 26%,74%로 완전 역전된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대학은 흘러간 노래를 고집하는 사이에 기업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뽑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지난해 12월의 전월대비 실업자 증가분의 80% 이상이 청년층 실업자였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볼 수 있다.

대학교육의 후진성은 여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해 49개국을 대상으로 대학경쟁력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5∼34세 연령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34%로 5위를 기록,양적인 지표에서는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경제수요 부응도는 47위,교육시스템의 경제수요 부응도는 44위를 기록,질적인 지표에서는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이는 대학 교육과 노동시장이 그만큼 괴리됐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취업자 중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경우는 29.3%에 불과했다.80∼90년대 대학정원의 증가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이공계보다는 교육공급자의편의에 따라 인문사회계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력수급에서 양적·질적 불일치와 함께 인력난과 과잉공급이 병존하는 문제를 낳은 것이다.

따라서 대학도 이제는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에만 집착,모든 상품(학과)을 나열하는 백화점식 경영에서 탈피해야한다.어차피 2004년이면 대학입학 대상연령인 18세 인구(63만명)는 현재의 대학정원(65만 5000명)을 밑돌게 된다.2009년부터 18세 인구가 대학정원을 다소 웃돌다가 2016년부터본격적인 감소세로 돌아서 2030년에는 정원의 73% 수준까지떨어지게 돼 있다.

최근 만난 지방대학의 한 교수는 일용직보다 나을 바 없는취업까지 합쳐 ‘졸업생 80% 취업’이라는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내거는 오늘의 대학 현실을 개탄했다.

곧 대학의 본격적인 학위수여식이 시작된다.사회에 첫발을내디디는 졸업생들이 ‘실업’이라는 멍에를 지고 대학문을나서지 않게 하려면 교육당국과 대학은 이제라도 기업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요구가 아무리 가혹한구조조정일지라도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우득정 사회기획팀장
2002-02-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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