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엿보기] 살인 부른 美부모들 극성

[워싱턴 엿보기] 살인 부른 美부모들 극성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2-01-14 00:00
수정 2002-01-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0살짜리 아들이 아이스 하키 시합 도중 얼굴을 맞았다.아이의 아버지는 팔꿈치로 아들을 때린 다른 선수의 아버지에게 플레이가 너무 거칠다고 항의했다.항의받은 아버지는 “하키는 본디 ‘치는’ 운동”이라며 무시했다.두 아버지는어린 자녀들이 보는 가운데 엉켜붙어 주먹질을 주고 받았다.그 결과 한 아이의 아버지가 사망했다.

2000년 6월 매사추세츠 보스턴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살인 동기가 ‘부성(父性)’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하키 아버지(hockey dad)’로 불려진 소송은 미 전역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언론은 평결일이 다가오자 연일법정공방을 지상중계했고 방송들은 대담 프로그램을 마련,유·무죄 찬반논쟁을 일으켰다.

배심원들은 11일 유죄를 확정했다.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은 엇갈렸으나 숨진 피해자는 키가 183㎝이고 몸무게가 124㎏인 가해자의 가격으로 척추가파열되고 내부출혈이 심해 사망한 것이 분명했다.다만 돌발적인 사고인 점을 참작,배심원들은 검사측이 주장한 ‘잔인한 살인’과변호인측이 내세운 ‘정당방위에 따른 무죄’를 절충해 ‘고의성이 없는 살인’으로 평결했다.최고 형량은 20년이지만 25일 있을 최종 선고에선 3∼5년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은 자녀들의 스포츠 행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나친 열정이 결국 부모간 폭력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미국에선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하키와 풋볼(미식축구),야구 등의 열광적인 팬이다.학교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라도 되면 하루아침에 ‘영웅대접’을받는다. 이 때문인지 학부모들도 앞다투어 자녀들의 스포츠행사를 지원한다.

문제는 일부 학부모들이 스포츠의 ‘공정한 룰’을 가르치기보다 자녀들을 통한 ‘대리만족’을 얻느라 더욱 경쟁적이고 극성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트럭운전사인 가해자와 수감생활을 거쳐 목수일을 해온 사망자는 자녀들의 하키 뒷바라지에는 열렬했으나 직업상 자녀들과 많은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지나친 자식사랑은 양쪽 가정 모두에게 아버지를 잃게 만드는 비극으로 끝났다.

백문일특파원
2002-01-14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