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타계한 청암 송건호(宋建鎬)초대 한겨레 사장의 부음 보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지조있는 지식인이자 민주·통일언론의 표상으로 일컬어져온 고인의 생전 행적을 보도하면서 일부 신문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거나 중요한 내용을 누락시켜 고인의 삶을 의도적으로 낮춰 보도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남겼다.이는 사자(死者)에 관용을 베풀어온 우리의 보편적 정서와도 맞지않을 뿐더러 참언론인으로 일생을 마친 선배 언론인에 대한올바른 보도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고인이 초대 사장,회장을 지낸 한겨레가 1면과 사회면 등에 대대적으로 타계 소식을 보도한 것을 비롯 모든 통신,방송,신문들이 고인의 부음기사를 양감있게 실었다.문제는 보도 양에 있어서의 매체별 차이가 아니라,몇몇 매체의‘순수하지 못한’ 기사 내용이다. 이른바 ‘빅 쓰리’로 불리는 조선,중앙,동아가 모두 고인의 부음기사를 1면에 일절 다루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독자도 있으나 이는 신문사의 ‘개성’을 드러내는 가치판단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항이다.그러나 조선일보가 초판(10판) 23면에 실은 고인의 ‘발자취’ 기사를 판갈이를 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추가한 점은 의도적으로 기사를 손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판갈이한 배달판(45판)기사에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1968년에는 파리와 베를린에 파견돼,68혁명이 진행중인 대학 풍경과 베트남문제를 다룬 평화협상을 국내에 보도했다”는 내용과 함께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신문사에서 내쫓고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방해를 하기 때문에 민주인사가 된 것이지 내가 민주인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내용을추가했다.추가 내용 중 뒷 대목과 관련,여러 언론계 인사들은 “처음부터 민주인사가 되려고 나서는 사람이 과연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부음기사에서 그런 내용을추가한 것은 다분히 고인에 대한 폄하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해석하기에 따라선 미묘한 뉘앙스를 주는 장치를 삽입했다”고 지적했으며,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역시 한 기고문에서 “차라리 쓰지나 말지,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정의에대한 모독이다”고 비판했다.조선일보가 같은 면에서 자사 전직사우들의 모임인 ‘조우회(朝友會) 송년의 밤’기사를 상대적으로 크게 다룬 점을 두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개성적인’ 기사 순위판단”이라는 말도 들린다.
‘조중동’가운데 중앙은 비교적 성의있는 보도를 한 반면 동아는 고인의 생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아일보 사태’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인상을 남겼다.또 고인의부음보도와 관련,가장 충실한 보도를 한 한겨레가 고인이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한 경력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프레시안’은 ‘그릇이너무 작은 조·중·동’이라는 기사에서 “고인이 언론계의 ‘큰어른’이었다는 점에서 후배언론인들은 최소한 ‘초당파적 태도’를 보였어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정운현기자 jwh59@
고인이 초대 사장,회장을 지낸 한겨레가 1면과 사회면 등에 대대적으로 타계 소식을 보도한 것을 비롯 모든 통신,방송,신문들이 고인의 부음기사를 양감있게 실었다.문제는 보도 양에 있어서의 매체별 차이가 아니라,몇몇 매체의‘순수하지 못한’ 기사 내용이다. 이른바 ‘빅 쓰리’로 불리는 조선,중앙,동아가 모두 고인의 부음기사를 1면에 일절 다루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독자도 있으나 이는 신문사의 ‘개성’을 드러내는 가치판단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항이다.그러나 조선일보가 초판(10판) 23면에 실은 고인의 ‘발자취’ 기사를 판갈이를 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추가한 점은 의도적으로 기사를 손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판갈이한 배달판(45판)기사에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1968년에는 파리와 베를린에 파견돼,68혁명이 진행중인 대학 풍경과 베트남문제를 다룬 평화협상을 국내에 보도했다”는 내용과 함께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신문사에서 내쫓고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방해를 하기 때문에 민주인사가 된 것이지 내가 민주인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내용을추가했다.추가 내용 중 뒷 대목과 관련,여러 언론계 인사들은 “처음부터 민주인사가 되려고 나서는 사람이 과연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부음기사에서 그런 내용을추가한 것은 다분히 고인에 대한 폄하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해석하기에 따라선 미묘한 뉘앙스를 주는 장치를 삽입했다”고 지적했으며,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역시 한 기고문에서 “차라리 쓰지나 말지,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정의에대한 모독이다”고 비판했다.조선일보가 같은 면에서 자사 전직사우들의 모임인 ‘조우회(朝友會) 송년의 밤’기사를 상대적으로 크게 다룬 점을 두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개성적인’ 기사 순위판단”이라는 말도 들린다.
‘조중동’가운데 중앙은 비교적 성의있는 보도를 한 반면 동아는 고인의 생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아일보 사태’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인상을 남겼다.또 고인의부음보도와 관련,가장 충실한 보도를 한 한겨레가 고인이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한 경력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프레시안’은 ‘그릇이너무 작은 조·중·동’이라는 기사에서 “고인이 언론계의 ‘큰어른’이었다는 점에서 후배언론인들은 최소한 ‘초당파적 태도’를 보였어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정운현기자 jwh59@
2001-1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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