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승 둘이 서로 제 절 자랑을 한다.“우리 절에선 동짓날 팥죽을 쑬 때 스님 둘이 배를 타고 저어야 한다.”“우리 절의 요사채(숙소)에 스님들이 누우면 반대쪽 끝이 안보인다.” 절 집이 크면 얼마나 크고,그 속의 인총이 많아야 얼마나 많다고 자랑일까.세인들의 우물안 개구리격 허욕을 빗댈때 절집에서 우스갯소리로 흔히 하는 말이다.
속인들과는 다르다는 스님들의 인정이 이럴진대 사바세계의 욕심을 탓해 무엇할까.인류의 역사가 모두 욕심의 점철이다.“의인(義人) 10명이 없어 망했다”는 구약 성서의‘소돔과 고모라’구절은 욕심의 끝을 경계함이다.불교의‘적멸’이나 ‘열반’도 모든 욕심의 소멸 경지를 뜻한다.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서쪽 벽이 휑하게 비워진데에는 흥미있는 전설이 얽혀 있다.절을 찾은 한 나그네에게 대웅보전의 벽화 그림을 맡겼더니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절대로 들여다보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작업에 들어갔다.그러나 스님 하나가 참지 못해 창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새 한마리가 몸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신빙성을 떠나,하릴 없는 욕심을 버리라는 교훈적인 이야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누구인들 더 갖고 싶고,더 누리고 싶은 욕심이 없을까.하지만 세인들의 ‘새우젓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절집 넘보기는 욕심의 도를 넘은 것 같다.조계종이 견디다 못해 마침내 전국 사찰에 무인 방범 시스템을 설치키로 했다고 한다.국보·보물급 불교 문화재들이 있따라 훼손되고 도난당한 끝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낸 방책이다.
불교의 회향(回向)다짐은 고행중인 싯달타의 헐벗은 모습에 감동한 한 천민출신의 여인이 누더기 옷을 벗어바친 게 계기가 됐다.절집 도둑막이 소식은 석가모니와 불교의 회향 의미를 거꾸로 쫓는 것 같아 씁쓸하다.지난 봄 “문화재를 도난당한 절의 주지직을 박탈하겠다”던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그런가 하면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100만원이 든 익명의 봉투가 담겼다고 한다.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전해지는 미담이 세밑 인심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절집의도둑 방책이 과도한 욕심 탓에 생겨난 비극이라면,구세군 자선냄비의 ‘숨은 손’은 ‘오른 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는 실천의 전형이다.욕심도 욕심 나름이라고 하지만 웬만하면 그욕심도 좋은 쪽으로 부릴 일이다.
김성호기자
속인들과는 다르다는 스님들의 인정이 이럴진대 사바세계의 욕심을 탓해 무엇할까.인류의 역사가 모두 욕심의 점철이다.“의인(義人) 10명이 없어 망했다”는 구약 성서의‘소돔과 고모라’구절은 욕심의 끝을 경계함이다.불교의‘적멸’이나 ‘열반’도 모든 욕심의 소멸 경지를 뜻한다.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서쪽 벽이 휑하게 비워진데에는 흥미있는 전설이 얽혀 있다.절을 찾은 한 나그네에게 대웅보전의 벽화 그림을 맡겼더니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절대로 들여다보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작업에 들어갔다.그러나 스님 하나가 참지 못해 창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새 한마리가 몸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신빙성을 떠나,하릴 없는 욕심을 버리라는 교훈적인 이야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누구인들 더 갖고 싶고,더 누리고 싶은 욕심이 없을까.하지만 세인들의 ‘새우젓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절집 넘보기는 욕심의 도를 넘은 것 같다.조계종이 견디다 못해 마침내 전국 사찰에 무인 방범 시스템을 설치키로 했다고 한다.국보·보물급 불교 문화재들이 있따라 훼손되고 도난당한 끝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낸 방책이다.
불교의 회향(回向)다짐은 고행중인 싯달타의 헐벗은 모습에 감동한 한 천민출신의 여인이 누더기 옷을 벗어바친 게 계기가 됐다.절집 도둑막이 소식은 석가모니와 불교의 회향 의미를 거꾸로 쫓는 것 같아 씁쓸하다.지난 봄 “문화재를 도난당한 절의 주지직을 박탈하겠다”던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그런가 하면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100만원이 든 익명의 봉투가 담겼다고 한다.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전해지는 미담이 세밑 인심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절집의도둑 방책이 과도한 욕심 탓에 생겨난 비극이라면,구세군 자선냄비의 ‘숨은 손’은 ‘오른 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는 실천의 전형이다.욕심도 욕심 나름이라고 하지만 웬만하면 그욕심도 좋은 쪽으로 부릴 일이다.
김성호기자
2001-1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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