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숨비 소리

2001 길섶에서/ 숨비 소리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1-12-20 00:00
수정 2001-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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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쓰는 동양문화권에 살다 보면 한자의 그 심오(深奧)함에 놀랄 때가 많다.호흡(呼吸)의 경우가 그렇다.국어대사전에 호흡은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으로 돼 있다.호흡의 기본동작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호(呼)는 ‘내쉬는 숨’을 말하고 흡(吸)은 ‘들이쉬는 숨’을 말한다.그러니까 호흡은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동작’이라고 해야 옳다.

제주도 말로 ‘숨비 소리’라는 게 있다.자맥질을 하는해녀들이 수면 위로 나와 물 속에서 참고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는 소리로 휘파람 소리처럼 들린다.필자는 숨비 소리를 ‘들이쉬는 숨소리’로 지레 짐작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호흡’의 이치를 ‘흡호’로 착각했다고나 할까.흔히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묘사할 때면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렸다”고 쓴다.쉽게 말해 훗날 위대한 인물이 될 그 아기도 핏덩이로 태어날 때는 일단 ‘응애! 응애!’하고 ‘숨을 내쉬었다’는 뜻이다.그것이 호흡의 이치다. 장윤환 논설고문

2001-12-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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