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M협정 파기후 美·러/ “”실리가 우선”” 우호관계 유지

ABM협정 파기후 美·러/ “”실리가 우선”” 우호관계 유지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1-12-15 00:00
수정 200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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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 방침을 ‘실수’라고 말했다.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일방적으로 탈퇴를 통보한 데 대한 직접적인 ‘유감’의표시다.

그러나 그는 “놀랄만한 조치가 아니며 러시아의 안보를위협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대신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설정해야 한다고 강조,미국과 대화의 여지가 충분함을 내비쳤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이날 ABM 탈퇴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러 관계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며 푸틴 대통령도 이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그는 “개별 정권차원을 넘어 러시아와 미래의 평화를 다질 새로운 전략적관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BM 협정을 폐기해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러시아와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암시다.형식상으론 미국의 ‘일방적 탈퇴’지만 부시 대통령은 7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양해를 구했다.지난달 워싱턴과 텍사스의회동에서 두 정상은 미사일방어(MD)와 관련된 ABM 협상이 결코 풀 수 없는 난제임을 확인했지만 신뢰관계를 잃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ABM 탈퇴를 공개적으로 동의하진 못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미국은 MD를 구축하기 위해 최대장애물인 ABM을 버려야 했고 러시아는 군축협상의 기본틀인 ABM을 지켜야 했다.타협점은 제각각 실리를 추구하면서 상대방을 묵인해 주는 것이다.

미국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더라도 협정 탈퇴로 MD를 강력히 밀어붙일 근거를 마련했다.러시아는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진 못해도 미국과의 핵탄두 감축협상에서 우위에설 수 있게 됐다.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핵탄두 수를 1,500∼2,200기로 감축하는 방안을 명문화하자고 요구했다.명문화에 반대해 온 미국은 1,700∼2,200기를 제안했으나 앞으로는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내 군부 및 보수세력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훼손될 것같지 않다.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탈퇴하고 중국이나 중동지역 국가에 핵관련기술을 판매하는 경우다.2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중국은 미국의 MD 개발로 자신의 핵 공격력(억지력)이 무력화할것에 대비,군비증강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바라는 핵확산 방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그러나 경제난 해결과 현대화를 위해 서방에 기댈 수밖에 없는 러시아가 과거처럼 미국과의 군비경쟁을 추구하는 ‘신(新)냉전’으로 회귀하거나 미러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은적다.오히려 미국의 ABM 탈퇴는 핵탄두 협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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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p@
2001-12-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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