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이제 침묵한다.침묵할 때를 알고 침묵하는 숲은 비장하다.어떠한 몸짓도 없이 산을 지키고 선 숲은 무거운 겨울을 이고 아득히 먼 봄을 바라본다.침묵의 이유를 알고 있는숲은 엄동의 혹한 속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견디어 낼 것이다.스스로에게 엄격함으로써 진실에 이르고자 하는 숲의침묵은 그 어떠한 가식도 거부하고 있다.겨우내 진실을 위해 침묵한 숲이 처음으로 입을 여는 때가 봄이다.봄날의 숲이아름다운 것은 진실의 처녀성으로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빛으로 살아오르는 숲의 아름다움을 위해 겨울 숲은 그렇게 긴 침묵을 안고 진실의 길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날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번은 엄격한 자기 수련을 거쳐야만 한다.외부로 향한 시선을모두 거두고 내면을 향한 철저한 응시의 시간을 지녀야만 한다.그것은 곧 욕망과 집착의 허망한 사슬을 끊고 모든 사물을 바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욕망과 집착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욕망에 의해 굴절된 세상의모든 것들은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한다.소유를 향한 갈애는 우리 앞에 끝없이 전도된 삶을 펼쳐보일 뿐이다.그것은 세상의 시류를 따라 흘러가는 삶을 의미한다.그러나 그 길에는 아름다운 날을 만날 기약이 없다.
얼마 전 결제에 들어가는 한 스님이 찾아왔다.무거운 걸망을 메고 밤이 되어서야 찾아온 스님.가을 한 철을 산 중 토굴에서 지냈다는 그에게서는 산의 냄새가 났다.그것은 맑고향기로운 출가자의 향기였다.세상의 시류가 너무 거세어 세간과 떨어진 이 출세간에서도 출가자의 향기를 맡기란 어렵다.옛 스님들이 지녔던 탈속의 자유로움,무소유의 즐거움이어쩌면 이제는 전설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옛 스님들의 삶의 자취가 좋기는 하지만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그리많지가 않다.옛 스님들의 삶의 자취가 이제는 다만 그리움으로 남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내가 그를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그에게서는 옛 스님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코 놓치지 않는 의식의 긴장,그리고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나는 그에게서 본다.안주를 꿈꾸지않고,소유에 눈길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는 오래된 승가의 표정들을 읽을수가 있어 좋다.
그날도 그는 유난히 큰 걸망을 메고 왔다.나는 그의 걸망이 유난히 큰 이유를 알고 있다.책은 본 자리에 남겨 두고 떠나고,돈은 생기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떠나고,옷가지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지니질 않는 그였기에 그의 걸망 속에는 평생의 세간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어쩌면 그가 자유로운 것도 걸망 하나의 무게로 이세상을 살아 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거센 세류에 도전하며 사는 사람이고,나는 세류에 편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우리 함께 만행의 기쁨을공유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는 저만치에 서 있고 나는 이만치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그때의 그 기쁨은 어쩌면 이제는 완전히 그의 몫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오랜시간을 경과해서 만난 그에게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깊이가 느껴졌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는 큰 가르침을 남기고 떠났다.그는 겨울 숲처럼 침묵한 채 더 깊은 내면의 길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보다 큰 진실을 만나기 위해 자기수련의 길을 떠나는 그에게서 아주 명징한 수행자의 양심을 보았다.그리고 이렇게밥을 얻어먹고 사는 것이 미안하다는 그의 한마디가 끝내 잊혀지지 않는다.봄날 숲의 아름다움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진실에 이르기 위한 겨울 숲의 침묵이 있기 때문이다.우리 삶의 아름다운 날을 위해 허세와 위선을 모두 떨구고 자신을 비워야만 한다.그리고 진실된 삶의 자리를 찾아돌아가야만 한다.
겨울 숲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성전 옥천암 주지
아름다운 날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번은 엄격한 자기 수련을 거쳐야만 한다.외부로 향한 시선을모두 거두고 내면을 향한 철저한 응시의 시간을 지녀야만 한다.그것은 곧 욕망과 집착의 허망한 사슬을 끊고 모든 사물을 바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욕망과 집착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욕망에 의해 굴절된 세상의모든 것들은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한다.소유를 향한 갈애는 우리 앞에 끝없이 전도된 삶을 펼쳐보일 뿐이다.그것은 세상의 시류를 따라 흘러가는 삶을 의미한다.그러나 그 길에는 아름다운 날을 만날 기약이 없다.
얼마 전 결제에 들어가는 한 스님이 찾아왔다.무거운 걸망을 메고 밤이 되어서야 찾아온 스님.가을 한 철을 산 중 토굴에서 지냈다는 그에게서는 산의 냄새가 났다.그것은 맑고향기로운 출가자의 향기였다.세상의 시류가 너무 거세어 세간과 떨어진 이 출세간에서도 출가자의 향기를 맡기란 어렵다.옛 스님들이 지녔던 탈속의 자유로움,무소유의 즐거움이어쩌면 이제는 전설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옛 스님들의 삶의 자취가 좋기는 하지만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그리많지가 않다.옛 스님들의 삶의 자취가 이제는 다만 그리움으로 남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내가 그를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그에게서는 옛 스님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코 놓치지 않는 의식의 긴장,그리고 무소유의 자유로움을 나는 그에게서 본다.안주를 꿈꾸지않고,소유에 눈길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는 오래된 승가의 표정들을 읽을수가 있어 좋다.
그날도 그는 유난히 큰 걸망을 메고 왔다.나는 그의 걸망이 유난히 큰 이유를 알고 있다.책은 본 자리에 남겨 두고 떠나고,돈은 생기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떠나고,옷가지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지니질 않는 그였기에 그의 걸망 속에는 평생의 세간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어쩌면 그가 자유로운 것도 걸망 하나의 무게로 이세상을 살아 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거센 세류에 도전하며 사는 사람이고,나는 세류에 편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우리 함께 만행의 기쁨을공유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는 저만치에 서 있고 나는 이만치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그때의 그 기쁨은 어쩌면 이제는 완전히 그의 몫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오랜시간을 경과해서 만난 그에게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깊이가 느껴졌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는 큰 가르침을 남기고 떠났다.그는 겨울 숲처럼 침묵한 채 더 깊은 내면의 길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보다 큰 진실을 만나기 위해 자기수련의 길을 떠나는 그에게서 아주 명징한 수행자의 양심을 보았다.그리고 이렇게밥을 얻어먹고 사는 것이 미안하다는 그의 한마디가 끝내 잊혀지지 않는다.봄날 숲의 아름다움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진실에 이르기 위한 겨울 숲의 침묵이 있기 때문이다.우리 삶의 아름다운 날을 위해 허세와 위선을 모두 떨구고 자신을 비워야만 한다.그리고 진실된 삶의 자리를 찾아돌아가야만 한다.
겨울 숲은 우리에게 침묵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성전 옥천암 주지
2001-12-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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