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주인 비운 가판대의 정직한 지폐들

독자의 소리/ 주인 비운 가판대의 정직한 지폐들

입력 2001-11-29 00:00
수정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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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이었다.1시쯤 퇴근을 하고 약속장소인 시내쪽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에 갔다.플랫폼은 토요일 이른 오후답게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금방 열차가 오지 않을것 같아 신문 가판대로 갔더니 나 말고도 여러 사람이 함께신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유리 벽에 붙은 신문을 보다가 한참만에야 판매원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쪽으로 옮겨 놓여진신문을 보려고 하니 동전과 지폐 몇장이 그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을 드물게 타는나에게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 특별한 광경이었다.초등학교 4학년 때,연로하신 여 담임선생님은 경성제국대학을 나오셨다는데 늘 어린 우리들 앞에서 일본 예찬을 늘어놓으셨다.

우리 나라에서 흔히 벌어지는 무질서와 부패 ·비리 등을예로 들곤 일본 사람들은 안 그렇다,교육도 철저하고 질서의식도 투철하고,신문 가판대에 사람이 없어도 나중에 맞춰보면 팔려나간 신문의 수량과 놓여진 돈이 딱 맞는다더라등등의 말씀들. 아무튼 당시 그 아드님도일본 유학을 보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어릴 적 말로만 듣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으니 어찌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물론 금액이 맞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뿌듯했다.

그리고 며칠 후, 외근을 나갔다 오는 길에 과일을 파는 트레일러를 발견하고 귤이라도 한 봉지 사야겠다는 생각으로발길을 돌렸다. 한참을 머뭇거리고 둘러보아도 파는 사람이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분 여….인적이 드문 길가에 세워진 과일 트레일러였기에 지폐를 놓아두고 그 값만큼 귤을 담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혹시 봉지에 담고 있을 때주인이 온다면 괜한 의심을 사는 건 아닌가,아무도 보지 않는데 누구라도 와서 지폐를 슬쩍 가지고 가지는 않을까,공중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나 화분도 들고 가는 나란데…. 고민하던 끝에 결국 빈손으로 회사로 향했다. 아직도 서로가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슬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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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아 [서울시 관악구 봉천1동]
2001-11-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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