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위험수위 이른 통계보안 불감증

[경제프리즘] 위험수위 이른 통계보안 불감증

안미현 기자 기자
입력 2001-11-22 00:00
수정 2001-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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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의 ‘통계보안 불감증’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있다.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은 21일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5%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금융시장참가자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바로 전날 재정경제부 박병원(朴炳元) 경제정책국장의 3분기 성장률 발언이외신에 의해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채권금리가 널을 뛰었기 때문이다.이런 해프닝을 겪은 지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또 다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GDP를 말한 것이다.그것도전혀 다른 수치를 들이댔다.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3%포인트나 급등했다.

한 채권딜러는 “어제도 GDP때문에 골탕먹었다”면서 “도대체 뭐가 맞느냐”고 반문했다.그는 이어 “GDP는 현경기상황뿐 아니라 향후 회복시점을 가늠케하는 민감한 재료이기 때문에 딜러들은 1분이라도 먼저 알아내려고 기를쓴다”면서 “그 사람들(정부당국자)의 말한마디에 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렇게함부로 말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외국계은행의 한 자산운용가도 “GDP처럼 중요한통계를 공식발표 하루 전에 언급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어이없어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수석측은 한국은행의 공식통계를 발설한 게 아니라 자체 추정한 통계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런데 이어지는 해명이 가관이다.한은 공식발표 하루전에 청와대의 언급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수석의 보좌역인 한승희(韓承熹) 국장은 “GDP가 한은꺼냐”고 되물었다.자질이 의심스런 대목이다.

22일이면 GDP 공식발표가 나온다.물론 때로는 시장에 미칠 충격의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사전에 의도적으로 흘릴필요도 있다.하지만 과거의 전례를 볼 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잦은 통계 언급은 이런 ‘충정’에서라기보다는 ‘생색을 내고싶어 참을 수 없는 입’쪽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선진 외국은 GDP·물가·콜금리 등 주요 통계나 정책사항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의 공식발표 전에는 철저하게 함구한다.‘남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주지 않기 위해서다.“(통계보안)후진국에서 통계(업무)를 못해먹겠다”는 게한은 관계자의 탄식이다.



안미현기자 hyun@
2001-11-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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