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용으로 되살아난 ‘보이첵’

연극·무용으로 되살아난 ‘보이첵’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2001-10-30 00:00
수정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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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당통의 죽음’으로 유명한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1813∼1837년).24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비극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극작가로 이름높다.그의 대표적인 유작 ‘보이첵’은 1821년 41세의 이발사가 5세 연상인 애인을 그녀의 집 앞에서 칼로 찔러 죽인 뒤 라이프치히 장터에서 공개처형당한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왕과 귀족들만 등장하던 비극에 처음으로 비천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늘날 현대비극의 효시로 전해진다.

가을 무대에 이 보이첵이 연극과 무용으로 나란히 되살아난다.국립극단은 11월 1∼4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특별공연 ‘보이첵’(안민수 번역·최원석 연출)을 선보이며 이에앞서 박인자 무용단은 이 작품을 바탕으로 11월 2∼3일 호암아트홀에서 ‘달 그림자’(박인자 안무)를 공연한다.모두 원작을 철저하게 해체해 새로운 양식으로 시도한 실험성 짙은작품이다.

■국립극단 ‘보이첵=’ 원작이 워낙 듣고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시적 비유로 가득 차 이전 국내공연 때 중간중간 지루해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거대한 사회구조 속에서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도 몰래 변질되어 가다 광폭해져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가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광기와 허상으로 가득찬 문명이라는 ‘괴물’에 의해 힘없는 한 인간이 투견장의 개처럼 길들여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결코 편안하게 볼 수 없는 슬픈 이야기를 잘 정제해 삶의 본질을 깨달을 때 나오는 쓴웃음과 함께 즐길 수있도록 꾸몄다”고 연출자는 말한다.TV에서나 볼 수 있는 철망으로 가려진 사각형의 프로 레슬링 경기장이 무대에 설치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의미한다.여기에 반쪽은 온전하고 나머지 반쪽은 중요한 부분만 흰 밴드로 가린 채 살을 드러내는 의상도 독특하다.인간 삶의 향상을 위한다는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질식시키고 파괴시켜가는 부조리를 각인시키는 장치들이다.

■박인자 무용단 ‘달 그림자’= 보이첵을 재해석한 국내 첫무용무대.대사와 연기 중심의 비극을 철저하게 움직임으로풀었다.뉴욕 대학에서 이 작품으로 대학원 논문을 쓴 황두진이 각색·연출했으며 ‘카멜리아 레이이’ 등에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제임스 전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줄거리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와 미세한 감정변화,굴곡많은 상황의 장면전환에 안무의 포인트를 주었다.네 명의 인물(주인공 보이첵과 애인 마리,군악대장,사악한 의사)이 춤을 리드한다.이같은 인물 설정을 작품의 요체로 삼아삶의 원형질을 대변한다.작품의 24개 장면을 최대한 압축시키고 사건의 전개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한 인물들의 심리변화 묘사에 초점을 두었다.내면의 갇힌 공간과 자연의 열린공간을 대비시킨 가운데 가진 자의 압제·횡포와 못가진 자의 피해·분노·한 등을 극적으로 충돌시킨다.

김성호기자 kimus@
2001-1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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