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공격/ 아프간·탈레반 표정

美 아프간 공격/ 아프간·탈레반 표정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2001-10-09 00:00
수정 200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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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테러를 배후 조종한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해 처벌하고 그를 지원한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미국과 영국의 보복 공격 시작에 아프간 국민들은 그저 자신들이 처한 운명을 한탄할 뿐이다.

탈레반 병사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향해 끝없이 대공포 방아쇠를 잡아당겼다.그곳 어딘가에 ‘적’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반면 하늘 높은 곳에선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조종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고있었다.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오랜 추측에도 불구, 위태롭게유지돼온 카불의 평화는 갑작스레 깨졌다.야간통금이 실시되고 있던 카불 시민들은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큰 폭발음에 놀란 표정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하늘을 바라보다 곧 지하실로 숨어들었다.옛 소련과의 전쟁과 그에 이은 내전 등20년에 걸친 오랜 전쟁에 익숙해진 그들에게 몸에 밴 행동이었다.

세 차례에 걸친 공습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온 카불 시내의모습은 간밤의 공습으로 무너져내린 건물과 간간이시신이발견되는 것을 제외하면 평시와 크게 다른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상점들은 여전히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그들대로 또하루의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습 전과 공습 후는엄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 차이는 바로 죽음에 대한공포다.토마토 행상을 하는 잔 모하메드(45)는 “솔직히 공습이 두렵다.가족들이 모두 지하실에서 밤을 지샜다.그러나갈 곳이 없다. 가난한 아프간 사람이 어디로 가겠느냐”며자조적으로 물었다.

도시로 떠나 시골로 대피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더 여유 있는 사람들은 벌써 아프간을 떠났다.하루하루의 삶에 발목을 잡혀 살던 곳을 떠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아프간에 남아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공격이 시작되면 아프간 난민들의 행렬이 줄을이을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는 아직까지는 현실화하지 않고있다.

국민들의 체념과 불안과는 달리 집권 탈레반과 소속 병사들은 하나같이 ‘성전에서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가 무사한 것은 “신의은총”이라며 “미국의 야만적 공격은 아프간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뿐”이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물라 누르 알리 탈레반 국방차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미·영의공격에 맞설 것이다.아프간은 과거 소련군의 침공을 물리쳤듯이 미국도 물리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는 탈레반만의 결의일 뿐이다.미국이 우려한 반미 감정의 확산은 아직까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에 관심을 보일 뿐이다.이번 공격은 그저 또 한번의 전쟁일 뿐이다.오히려 이웃 파키스탄에서 야당과 군 일부 지도자들간에 파키스탄의 미 공격 지지를 비난하며 반미 감정이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kdail‘y.com
2001-10-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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