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무최루탄’으로 여는 폴리토피아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무최루탄’으로 여는 폴리토피아

이무영 기자 기자
입력 2001-10-05 00:00
수정 200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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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5㎝,몸무게 70㎏,귀 31㎝,발 28㎝,1991년 8월1일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201번지에서 출생.이름은 포돌이.

포 자(字)는 police의 po와 조선시대 포도청(捕盜廳)의 포(捕)를 따왔으니 전통과 상징을 동시에 지녔다.포용한다는뜻에서 포(抱)란 의미도 들어 있다.

돌이는 총명하고 야무진 표준 한국의 사내 아이를 상징한다.함께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은 포순이다.

포돌이와 포순이는 눈이 커서 구석구석을 잘 살피고,머리가 커 지식 경찰이 될 것이다.

큰 귀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두 팔을 벌린 것은불의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뜻이며,엄지 손가락을 세운 것은 세계 으뜸 경찰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면은 6·25전쟁을제외하고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고 화염병이 불타는 얼룩진도시의 풍경일 것이다.

대립과 반목,이념과 생존이라는 혼돈 속에서 IMF라는 폭풍이 결국 우리를 덮쳤다.거리로 쏟아져 나온 과격 시위를 최루탄으로 막은 것이 또 다른 폭력으로 악순환되고 말았다.

무 최루탄….

인내가 필요했다.대화와 타협을 유도하라고 현장에 재촉했다.평화 시위를 단순히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안내까지 하라고 지시했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였다.

‘폴리스 라인’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여경을 시위 현장에 투입하자는 말에 주무 참모조차 반대했지만 나는 ‘누구든 결국엔 평화의 편일 것’이라는 확신 하나만으로 결국강행했다.

해마다 16만발씩 쏘아대던 최루탄을 갑자기 중단했다.마약의 금단 현상처럼 떨리는 ‘발사’의 유혹을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론도 여론도 무력한 경찰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그때나‘무최루탄 3년’을 의미있게 평가하는 지금이나 81만발의최루탄은 창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화염병 부상치료 전문인 경찰병원에는 화상 환자가 없다.

시위대의 모욕과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여경은 외신들로부터 ‘립스틱 라인’이라는 찬사를 들었고 ‘제복의 꽃’에서 당당한 경찰관으로 성장했다.

포돌이와 포순이는 한국 경찰의 상징이다.국민들은 경찰을 포돌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친근한 이미지의 포돌이가여는 미래의 경찰,그것은 분명히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헤치고 찾아온 고단함과 땀을 자양분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담장을 헐고 이웃과 함께 마당을 공유하는 마을,새벽 2시에 아무도 없는 차로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녹색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 ‘폴리토피아(Politopia)’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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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 경찰청장
2001-10-0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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