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우리를 불러 세운 곳은 서울 종로5가 전철역 구내였다.개찰을 마치고 막 계단을 내려가려던 참이었다.휠체어에앉은 그는 라이터·담배 등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을 담은 목판을 휠체어에 얹어놓고 있었다.나이는 50대 중반쯤 될까?그가 말을 걸었지만 장애가 심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행가운데 한 사람이 눈치껏 목판을 받아들자,그는 힘겹게몸을 일으켜 난간을 잡았다.한 사람이 그를 부축해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가고 나머지 두 사람은 휠체어를 맞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시설은 없었다.
승강장에 도착해 그를 휠체어에 다시 앉히고 목판을 돌려줄 때까지 전철이 두서너번 통과했다.오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뒤돌아 보았다.머리 희끗한 이들이 목판을 들고,휠체어를 맞들고,장애인을 부축한 모습이 아마 남달랐을 게다.
처음 부탁할 때나 승강장에서 전철을 타고 떠날 때나 그는고맙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그가 내놓고 고마워했다면 우리가 어색했을런지 모른다.장애인과의 조우는 그렇게 끝났다.
이용원 논설위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시설은 없었다.
승강장에 도착해 그를 휠체어에 다시 앉히고 목판을 돌려줄 때까지 전철이 두서너번 통과했다.오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뒤돌아 보았다.머리 희끗한 이들이 목판을 들고,휠체어를 맞들고,장애인을 부축한 모습이 아마 남달랐을 게다.
처음 부탁할 때나 승강장에서 전철을 타고 떠날 때나 그는고맙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그가 내놓고 고마워했다면 우리가 어색했을런지 모른다.장애인과의 조우는 그렇게 끝났다.
이용원 논설위원
2001-10-04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