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이 또 출현했다.6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조작혐의로 G&G그룹 대표 이용호씨가 구속·기소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망록이 불거졌다.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마다 등장했던 비망록인지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내용도 정계를 포함해 검찰·금융감독원·국세청·국가정보원등 권력기관 고위 간부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것으로 예전의 유형들과 엇비슷하다.
문제의 이용호씨 비망록은 언론에서 먼저 제기됐다.검찰이지난해 5월 이씨를 긴급 체포했을 때 비망록도 함께 입수했다는 것이다.그러자 한나라당이 ‘비망록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거들고 나섰다.이때만 해도 이용호씨 사건의내막이 속속들이 드러나는가 했다.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비망록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오히려 갖가지 억측을 양산하며 또 하나의 쟁점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검찰은 급기야 비망록의 실체 파악에 나섰다.비망록의 확보를 시사한 한나라당에 공개를 요청했다.이용호씨는 처음부터 정·관계 로비설은 물론 비망록 자체를 부인해 온 터였다.한나라당은 수사 결과가 문제의 비망록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공개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을 뿐 내놓질 못하고 있다.비망록에는 20명 가량의 이름이 올라 있다고 한다.금품에 현혹돼 직분을 게을리한 고위 공직자라면 응분의 처벌을받아야 한다. 금품이나 돈이 될만한 유가증권을 받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잠시 흔들렸다면 역시 사회적 비난을 받아마땅하다.반성하고 합당한 처신으로 근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풍문에 휘말려 억울하게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우리는 사회적 혼란기에 엉뚱한사람이 억울하게 희생된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의 사화가 그랬고 가까이는 근·현대사가 그랬다.선후배의 수첩에 엉뚱하게 이름이 적혀 용공분자로 몰려 곤혹을치러야 했던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왕조실록을 남기고 수원에 화성을 쌓으며 과정을 꼬박꼬박적어 나간 ‘화성성역의궤’를 후손에게 물려 주면서도 사사로운 기록은 애써 꺼렸던 사회 풍토는 이같은 맥락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비망록 파문이 미궁으로 빠져들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무쪼록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조금은 힘들더라도 옥석을 구분해 내는작업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문제의 이용호씨 비망록은 언론에서 먼저 제기됐다.검찰이지난해 5월 이씨를 긴급 체포했을 때 비망록도 함께 입수했다는 것이다.그러자 한나라당이 ‘비망록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거들고 나섰다.이때만 해도 이용호씨 사건의내막이 속속들이 드러나는가 했다.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비망록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오히려 갖가지 억측을 양산하며 또 하나의 쟁점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검찰은 급기야 비망록의 실체 파악에 나섰다.비망록의 확보를 시사한 한나라당에 공개를 요청했다.이용호씨는 처음부터 정·관계 로비설은 물론 비망록 자체를 부인해 온 터였다.한나라당은 수사 결과가 문제의 비망록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공개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을 뿐 내놓질 못하고 있다.비망록에는 20명 가량의 이름이 올라 있다고 한다.금품에 현혹돼 직분을 게을리한 고위 공직자라면 응분의 처벌을받아야 한다. 금품이나 돈이 될만한 유가증권을 받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잠시 흔들렸다면 역시 사회적 비난을 받아마땅하다.반성하고 합당한 처신으로 근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풍문에 휘말려 억울하게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우리는 사회적 혼란기에 엉뚱한사람이 억울하게 희생된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의 사화가 그랬고 가까이는 근·현대사가 그랬다.선후배의 수첩에 엉뚱하게 이름이 적혀 용공분자로 몰려 곤혹을치러야 했던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왕조실록을 남기고 수원에 화성을 쌓으며 과정을 꼬박꼬박적어 나간 ‘화성성역의궤’를 후손에게 물려 주면서도 사사로운 기록은 애써 꺼렸던 사회 풍토는 이같은 맥락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비망록 파문이 미궁으로 빠져들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무쪼록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조금은 힘들더라도 옥석을 구분해 내는작업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1-09-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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