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히 새나가는 국민성금

[사설] 여전히 새나가는 국민성금

입력 2001-09-03 00:00
수정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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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최근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국민성금 관리 실태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백혈병등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진료비로 지원해 준 돈을 관련 민간단체가 운영경비와 회장 개인의 생활비로 쓰는가하면,산불 피해를 복구하라고 국민이 거둔 성금 17억여원가운데 16억원 가까운 돈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해수욕장개발비 등 다른 사업에 멋대로 전용했다고 한다.아울러 민간단체가 성금을 빼돌려 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까지 적발됐으니 국민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성금이란 수재·화재·가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때,대형사고로 희생자가 많이 생겼을 때,결식아동이나 난치병 어린이의 경우처럼 사회가 미처 제도적으로 해결책을갖추지 못했을 때 국민 개개인이 주머닛돈을 털어 힘을 모으는, 그야말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의지가 담긴 소중한돈이다.구체적으로는 주부가 반찬 가짓수를 줄여서,어린이가 저금통을 깨어 내놓은 한푼 두푼이 모인 것이다. 그런국민의 귀중한 뜻이 지자체나 관련 민간단체의운영 과정에서 훼손된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더군다나이같은 성금 유출 현상이 어제오늘 생긴 것도 아니고 고질병처럼 이어져 온 일인데 여태껏 고쳐지지 않았으니 행정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각종 성금을 모으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이를 두고 그만큼 인심이 각박해졌기 때문이라고들 풀이한다.그러나 우리는 그 까닭을 단순히 ‘이웃에 대한 정’이 사라진 데 있지만은 않다고 본다.이번 감사원 자료에서 보듯 국민성금 유용이 계속되는 데다,지난달 31일 공개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결산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성금이 해마다 수백억원씩 통장에서잠자고 있다니 국민 누구라서 기꺼이 쌈짓돈을 꺼내들고성금 접수처를 찾겠는가.

앞으로는 국민성금을 걷고 집행하는 전과정을 투명하게공개해 일말의 의혹이라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공신력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회원 등 시민대표를 그 집행 과정에 동참시켜 감시하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되리라고 여겨진다.아울러 이를 지휘·감독하는 기관에는 더욱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성금운영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난 단체에는 형사책임과 함께성금 사용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01-09-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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