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0.4%의 日교과서

[씨줄날줄] 0.4%의 日교과서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1-08-18 00:00
수정 200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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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파문을 일으켜 온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이 편집한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12개 학교에서만 채택됐다고 한다.일본의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된 교과서 채택 집계 결과 일반 공립 및 국립 중학교에서는 한곳도 채택하지 않았고,도쿄 도립 양호학교 등 특수학교 6곳과 사립학교 6곳에서만채택했다.이는 일본 중학교 총 1만2,209개교 가운데 0.1%미만의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학생수로 따져봐도 내년에 새역사 교과서로 배울 신입생 140만여명중 ‘새역모’교과서를 사용할 학생은 5,000여명으로 전체의 0.4%에도 못 미치고 있다.

‘새역모’측이 당초 전체 신입생의 10%를 넘어 12%까지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장담하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참담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들은 극우 세력의 비호아래 선전과 로비를 집요하게 벌였으나 결국은 실패하고만 것이다.한때 문부성 검정통과 견본을 시장에 내다팔아 50만부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막상 채택 과정에서는 많은 의식있는 교사와 역사학자들이 ‘새역모’교과서가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네트21’의 표현대로 이번 채택 결과는 일본의 양식있는 학부모,시민,교사,학자,지식인들과 풀뿌리 양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신군국주의부활 조짐이나 우경화의 기류는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새역모’측은 지난 16일 “외국의 협박,시민단체의 조직적인 공세로 채택이 저조했다”면서 2005년부터는 초등학교사회교과서도 ‘왜곡’할 것을 다짐하고는 ‘4년후 복수’를 공언하기도 했다.또 ‘새역모’교과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교과서 가운데 유일하게‘위안부’라는 기술을 남겨놓은 ‘니혼 서적’의 채택률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뿐만아니라 ‘새역모’교과서가 거의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교육위원 투표에서 3대2로 접전을 이룬 곳이 많았다는 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많은 한국민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일본인의 역사 인식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다.다행히 ‘왜곡 교과서’의 참패를 보고 일본내 건전한 양심세력이 아직은 건재하다고 믿고 싶어하는 한국민의 심정을 일본 정부는정확이 읽어야 할 것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2001-08-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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