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2등급 가마고을

[오늘의 눈] 2등급 가마고을

김용수 기자 기자
입력 2001-08-18 00:00
수정 200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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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조선시대. 한양은 각종 물산의 집산지여서 팔도에서많은 사람들이 찾았다.사람들은 걸어서도 갔지만 가마를 타고 가기도 했다.

당연히 고을마다 가마를 운행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조선팔도 동북지방 어느 고을에 ‘대한 가마’와 ‘아시아나 가마’가 있었다. 이들 가마 회사는 손님들을 태우고 한양을들락거렸다.가마마다 손님들로 넘쳐났다.

사단은 대한 가마에서 생겨났다.대한 가마는 한양을 들락거리면서 잦은 사고를 냈다.가마꾼들은 종로에서 과속을 일삼기도 하고 남대문 수문장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는 무모한 가마몰이로 한양 손님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한양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다 못한 조선 조정은 대한 가마가 속해 있는 고을을 ‘가마안전위험고을’(2등급)로 분류하겠다고 겁을 줬다.이 고을 관리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양 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고을 사람들이라 대책 마련도 빠르군”이라며 비웃었다.일부 사람들은 대한 가마가 사고를 자주 낸 것도 이 고을 관리들이 감독을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수군댔다.

한양의 가마전문가들이 이 고을을 찾아 가마몰이 관리·감독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을 관리들은 이들을 환대했다.

날씨가 덥자 대형 부채를 들고 다니며 이들의 땀을 씻어주고 밤에는 기생집을 찾아 산해진미를 대접했다.

그러나 한양의 가마 전문가들은 돌아가자마자 이 고을을‘가마안전위험고을’로 발표해버렸다.

그러자 이 고을의 많은 관리들은 가마 회사 탓만 했다.가마 회사가 엽전에 눈이 멀었고,가마꾼들도 무리하게 가마를몰아 이런 낭패를 봤다는 것이다. 가마 회사들도 이번 발표로 가마몰이 횟수가 줄어들어 손해가 클 것이라고 한숨만내쉬었다.

하지만 이 고을 백성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렇다면 그동안 위험한 가마를 타고 한양을 오갔다는 말인가? 또당장 내년에 상암골에서 열리는 ‘조선팔도 격구대회’에타 고을 사람들이 대한 가마와 아시아나 가마를 이용하지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김용수 행정뉴스팀 차장 dragon@
2001-08-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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