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팬들의 기억 속에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작품으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혹성탈출’(1968년)이 올 여름 다시돌아왔다.자기색깔 분명한 공상물을 즐겨 만들어온 팀 버튼감독이 자신감에 넘쳐 제목까지 그대로 빌렸다.2001년판 ‘혹성탈출’(8월 3일 개봉·Planet of the apes)은 프랭클린섀프너 감독이 33년 전에 만든 원판보다 한결 더 역동적이고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됐다.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연구가 한창인 서기 2026년.연구과정에서 훈련된 침팬지 한마리를 은하계로 보냈다가 사라지자 공군 대위 레오(마크 월버그)가 긴급 출동한다.하지만 그마저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어 미지의 혹성에 떨어지고 만다.
영화의 배경은 물론 미국이다.레오가 불시착한 곳 역시 원숭이 제국이다.그곳이 얼마나 먼 미래 혹은 과거에 존재하는공간인 지는 귀띔해주지 않는다.원숭이 제국에서는 그저 모든 게 거꾸로일 뿐이다.원숭이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수컷,암컷으로 구분되는 하등동물인데다 “썩은 냄새 나는 족속들”로서 팔고사는 노예로 전락해 있다.
미지의원숭이 왕국이 인간 본위가 아니란 설정만큼은 오리지널 버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피에르 파울러의 원작 ‘원숭이 혹성’(Monkey planet)의 최소한의 골격은 지킨 셈이다.그러나 교과서대로 얌전히 새 버전을 만들 버튼 감독이 아니다.시간이 가면서 “내 취향대로 맘껏 한번 비틀어보겠다”며 달려들었을 감독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화면 곳곳에서오버랩된다.
무엇보다 잔 재미를 작정하고 푸짐하게 집어넣었다.지구에동물보호단체가 있듯 인권보호단체가 인간성을 걱정하는 유일한 소수집단으로 얘기되거나,점잖게 틀니를 뺐다 끼는 원로 원숭이들의 모습,생일선물로 어린 여자아이를 주고받는장면 등은 인간에 대한 풍자를 눈치채기 이전에 폭소부터 터지게 한다.
우주개발을 꿈꾸는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를 전제하지않았다는 점도 전작과 달라진 감상대목.평화와 공생의 간명한 교훈 말고 거추장스런 이념이나 사상은 싹 무시했다.인간말살정책을 펴는 원숭이 지도자 테드 장군(팀 로스)과 레오의 대결을 축으로 ‘예쁜’ 평화주의 원숭이 아리(헬레나 본햄카터)와 원주민 소녀 대나(에스텔라 워렌)가 끼어들어 멜로적 분위기까지 물씬 풍긴다.
마크 월버그의 ‘혹성탈출’이 찰턴 헤스턴의 ‘혹성탈출’을 어떻게 얼마나 더 높이 뛰어넘을 지 두고보자.아직은 반응을 점칠 길이 없다.막판까지 엔딩부분을 일급비밀에 부친영화는 미국에서도 27일 개봉한다.끝으로 하나 더.주인공이모래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절규하던 전작의 유명한 엔딩장면은 팀 버튼식으로 바뀌었다.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에 맡긴다.
황수정기자 sjh@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연구가 한창인 서기 2026년.연구과정에서 훈련된 침팬지 한마리를 은하계로 보냈다가 사라지자 공군 대위 레오(마크 월버그)가 긴급 출동한다.하지만 그마저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어 미지의 혹성에 떨어지고 만다.
영화의 배경은 물론 미국이다.레오가 불시착한 곳 역시 원숭이 제국이다.그곳이 얼마나 먼 미래 혹은 과거에 존재하는공간인 지는 귀띔해주지 않는다.원숭이 제국에서는 그저 모든 게 거꾸로일 뿐이다.원숭이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수컷,암컷으로 구분되는 하등동물인데다 “썩은 냄새 나는 족속들”로서 팔고사는 노예로 전락해 있다.
미지의원숭이 왕국이 인간 본위가 아니란 설정만큼은 오리지널 버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피에르 파울러의 원작 ‘원숭이 혹성’(Monkey planet)의 최소한의 골격은 지킨 셈이다.그러나 교과서대로 얌전히 새 버전을 만들 버튼 감독이 아니다.시간이 가면서 “내 취향대로 맘껏 한번 비틀어보겠다”며 달려들었을 감독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화면 곳곳에서오버랩된다.
무엇보다 잔 재미를 작정하고 푸짐하게 집어넣었다.지구에동물보호단체가 있듯 인권보호단체가 인간성을 걱정하는 유일한 소수집단으로 얘기되거나,점잖게 틀니를 뺐다 끼는 원로 원숭이들의 모습,생일선물로 어린 여자아이를 주고받는장면 등은 인간에 대한 풍자를 눈치채기 이전에 폭소부터 터지게 한다.
우주개발을 꿈꾸는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를 전제하지않았다는 점도 전작과 달라진 감상대목.평화와 공생의 간명한 교훈 말고 거추장스런 이념이나 사상은 싹 무시했다.인간말살정책을 펴는 원숭이 지도자 테드 장군(팀 로스)과 레오의 대결을 축으로 ‘예쁜’ 평화주의 원숭이 아리(헬레나 본햄카터)와 원주민 소녀 대나(에스텔라 워렌)가 끼어들어 멜로적 분위기까지 물씬 풍긴다.
마크 월버그의 ‘혹성탈출’이 찰턴 헤스턴의 ‘혹성탈출’을 어떻게 얼마나 더 높이 뛰어넘을 지 두고보자.아직은 반응을 점칠 길이 없다.막판까지 엔딩부분을 일급비밀에 부친영화는 미국에서도 27일 개봉한다.끝으로 하나 더.주인공이모래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절규하던 전작의 유명한 엔딩장면은 팀 버튼식으로 바뀌었다.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에 맡긴다.
황수정기자 sjh@
2001-07-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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