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악하고도 선한 존재

인간이란 악하고도 선한 존재

입력 2001-07-03 00:00
수정 2001-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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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예술작품 속에서 군(軍) 이야기는 비 상식적인 인간과 사회를 묘사하는데 할애된다.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러시아 연극 ‘가우데아무스’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크게벗어나지 않는다.그럼에도 이 연극은 독특한 재미를 던져준다.모두 19가지의 에피소드로 군대와 소비에트 사회,그리고 인생 전반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연극은 건설부대 병사들의 이야기지만 소비에트 연방말기의 붉은 군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가우데아무스’란 중세부터 라틴 젊은이들 사이에 전해져온 노래로, 흘러가는 젊음의 씁쓸한 환희를 담고 있다.연극의 주제를 강하게 암시하는 셈이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을 유럽 정상의 극장으로 일궈낸 예술감독 레프 도진의 연출작품.러시아 작가 세르게이 칼레딘의 소설 ‘건설부대’가 원작이며,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 아카데미 학생들의 실제 군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1990년 초연된 이후 10년을 넘게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부대는 억압받는 소수민족과전과자 낙오자 약물중독자 등 다양한 젊은이들로 구성됐다.부대에는 폭력과 부패,소외와 억압,그리고 짙은 비관이 만연해있다.부대원들은몽상이나 성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개의 에피소드는 그런 부조리한 세계를 폭로하고,강한혐오와 반감을 드러낸다.군 생활에 내재된 진부함과 타락,공포,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격렬하고 선동적으로 풀어내면서도 낙관주의적인 자유와 희망이라는 밝은 측면을 놓치지않은 게 이 연극의 묘미다.

“인간이란 잔인하고 악한 일을 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동시에 인간은 신이 창조한 신성하고 고결한 존재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일깨우려 한다. 이 두가지 존재성의 사이에서 ‘가우데아무스’의 미학이 탄생한다.” 레프 도진이연극 ‘가우데아무스’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김성호기자 kimus@
2001-07-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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