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에세이/ “”성이 ‘Lee’라고 한국인으로 알아요””

외국인 에세이/ “”성이 ‘Lee’라고 한국인으로 알아요””

리 기자 기자
입력 2001-06-18 00:00
수정 2001-06-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나는 한국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이후 한국 생활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그저 한국에는 중간관리자 이상의 지위에 여성이 드물어 내가 한국에 가면 희귀한 종류의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것 등을 들었을 뿐이다.

가끔 우리 회사가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 다른 회사 남자직원의 의아해 하는 눈빛을 의식하게 된다.아마 내가 비즈니스용 정장을 입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그들의 호기심 많은 눈빛은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내가 미국식 발음이 아닌 영어로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더욱 반짝인다.

이런 경우는 일할 때도 종종 있다.고객을 만나 인사를 나눌 때,많은 분들은 내 명함에 적힌 ‘Lee’라는 내 성을 보는 순간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한다.그것도 심지어 1초에 10개도 넘는 단어가 지나가버리는 정상적인 한국인의 속도로.

동석한 회사 동료가 내가 한국인이 아님을 급히 알려줘도너무나 ‘한국스럽게’ 생긴 내 외모 때문에 믿지 못하는분들도 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좀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았다.사무실에서조차 처음에는 내게 직접 말을건네는 동료가 별로 없어 서운했다.하지만 나중에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한국인 대부분은 영어를 잘하더라도 영어로 말하는 것을 매우수줍어 한다는 점,상하관계가 엄격해 자기보다 상급자,특히직속관계가 아니면 좀처럼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친해져가면서 그들의 마음 속에 나를 배려하는마음이 항상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편이어서 회사 동료나 고객들이 차장이라는 내 직급 때문에 지극한 연배를 상상했다는인사를 자주 듣는다.나 역시 나이 때문에 당황하곤 한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초면에 나이를 묻는다.어디나이 뿐인가,더 개인적인 질문,예컨대 결혼은 했느냐,아이는 몇이나 있느냐,형제는 어떻게 되는가 등 처음 만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런 관심에 익숙치 않은 싱가포르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이제는 이것이 한국인들이 서로가까워지고 배려하기 위한 통과의례일 뿐,상대방에 대한 무시나 무례의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생활,이제 겨우 5개월.쉽지는않았지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앞으로 나는 한국 생활의 다양하고 좋은 면들을탐험하고 배워갈 것이다.그러는 동안 내 나이와 가족,사생활에 대해 열심히 대답해야 할 것도 알고 있다.

피오나 리 에이씨닐슨코리아 차장
2001-06-18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