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무분별한 아파트 이름

[굄돌] 무분별한 아파트 이름

김태영 기자 기자
입력 2001-06-14 00:00
수정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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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라워,리첸시아,하이페리온,캐슬파크,솔레시티,쌍떼빌,아이파크….

독자들은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이 가는가?무엇인지를 안다면 그 뜻이 무엇인지,어느 나라 말인지 알겠는가? 요즘 아파트와 복합주상건물들의 이름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영어와 프랑스어,중국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라틴어,이탈리아어까지 온갖 그럴듯한 말들이 각축을 벌인다.업체들은이런 이름을 갖다 붙여야 아파트와 건물이 더 고급스럽고 품위 있게 느껴지고,값도 더 매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여기에는 소비자들이 이런 이름을 단 주택 상품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업체들의 상술이 깔려 있다.이것이 비단아파트 건설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뜻도 출처도 모를 상품명은 거리의 간판이나 슈퍼마켓의 판매대까지 어디든 널려 있다.

그러나 필자가 굳이 아파트의 이름을 문제삼는 것은 건설업체들의 주택 상품명을 둘러싼 경쟁이 도를 지나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또한 주택 상품의 이름은 그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할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을미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생활공간인 집의 이름에 좀더 친근하고 품위 있고 들으면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말을 붙일 수는 없는 걸까? 집의 이름까지 뜻도 출처도 불분명한 외국어 단어를 조합해 만들 필요가 있을까? 서구의 것이면 무조건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조장해내는 이런 세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상념들 속에서 필자에게 비교적 신선하게 다가온 것들이 있다.‘경희궁의 아침’‘낙천대’ 같은 주택 이름이 그것이다.품위와 고급스러움을 전혀 잃지 않으면서 그 의미도비교적 분명하게 다가오는 좋은 말들로 주택의 이름을 정한다면 주택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좋고 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아닐까? 외국어 이름을 붙인 상품이나 상점에 대해서는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을 우리도 한번 실시해 본다면 우리말로 된 더 좋은 상품 이름들이 개발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태영 도서출판예담 대표

2001-06-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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