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낮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단지 근처에 있는 한 이면도로.휠체어를 타고 인근 상가로 가던 1급 척수장애인 김소영(金疏榮·31·여)씨는 횡단보도 보다 겨우 4㎝남짓 높은 보도블록으로 오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다.
국가대표 체조선수였던 김씨는 지난 86년 8월 아시안게임에 앞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단 평행봉훈련 중 부상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척수장애인이 됐다.
팔도 제대로 못쓰는 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몇번 시도했으나 ‘낮은’ 턱을 넘을 수 없었다.결국 주위 사람의 도움을받아야 했다.
김씨는 “횡단보도와 높이를 엇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예산을 들여 횡단보도와 맞닿는 보도블록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만들었지만 턱이 높고 경사가 심해 위험한 곳이 많다”면서 “정상인들에게는 1㎝의 차이가 별것이 아닐지 몰라도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장벽”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횡단보도와 보도블록이 만나는 경계 턱이 높아 휠체어가 넘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져 얼굴과 팔 등을 다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라면서 “다치는 것보다 혼자일어설 수 없다는 무력감에 숱하게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전동(電動) 휠체어의 경우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김경아(金京雅·33·여·서울 노원구 미아2동)씨는 이달초 혼자 동네 우체국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기울기가 가파르고 폭도 좁은 우체국 입구 경사로를 내려오다가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부딪쳤다.제동장치를 작동했지만 급한 경사로 가속도가 붙어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범퍼에 충돌,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물건에라도 부딪쳤다면 꼼짝없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씨는 “경사로의 폭이라도 넓다면 ‘S’자로 오르내릴 수 있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전동 휠체어는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무게만 80㎏ 이상이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최소한 두사람 이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등 선진국은 장애인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김소영씨는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용 횡단보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휠체어를 움직이는 데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경사로도 매우 완만하고 안전하게 설계돼있다”면서 “차량도 휠체어가 보이면 무조건 정지해 먼저건너도록 배려하는 등 시민의식도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우 박록삼기자 anselmus@.
*“편의시설 눈높이 설계 절실”.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의 눈높이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余俊旻·27·여) 인권센터 간사는 장애인용 편의시설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편의시설이 정상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졌기 때문” 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여 간사는 “‘장애체험’을 해보지 않으면 장애인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서 “설계·시공자들이 의무적으로 장애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장애인의 시각에서 편의시설을 만들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모든 편의시설은 중증 장애인을 기준으로 하는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 개념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법이 지정하는 대상시설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다.예를 들면,장애인·노인 복지시설과 장애인특수학교는 장애인용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일반학교는 제외돼 있다.많은 장애인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정상인들과 함께교육을 받고 있지만 장애인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도 98년 이후 10가구 이상 다세대주택에만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여 간사는 “98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은 ‘별도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여 간사는 “선진국은 우리나라처럼 특별법이 아니라 도로교통법,건축법 등 일반 법률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해 각별히 배려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업무도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지닌 부처나 총리실 등 상급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국가대표 체조선수였던 김씨는 지난 86년 8월 아시안게임에 앞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단 평행봉훈련 중 부상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척수장애인이 됐다.
팔도 제대로 못쓰는 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몇번 시도했으나 ‘낮은’ 턱을 넘을 수 없었다.결국 주위 사람의 도움을받아야 했다.
김씨는 “횡단보도와 높이를 엇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예산을 들여 횡단보도와 맞닿는 보도블록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만들었지만 턱이 높고 경사가 심해 위험한 곳이 많다”면서 “정상인들에게는 1㎝의 차이가 별것이 아닐지 몰라도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장벽”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횡단보도와 보도블록이 만나는 경계 턱이 높아 휠체어가 넘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져 얼굴과 팔 등을 다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라면서 “다치는 것보다 혼자일어설 수 없다는 무력감에 숱하게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전동(電動) 휠체어의 경우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김경아(金京雅·33·여·서울 노원구 미아2동)씨는 이달초 혼자 동네 우체국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기울기가 가파르고 폭도 좁은 우체국 입구 경사로를 내려오다가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 부딪쳤다.제동장치를 작동했지만 급한 경사로 가속도가 붙어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범퍼에 충돌,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물건에라도 부딪쳤다면 꼼짝없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씨는 “경사로의 폭이라도 넓다면 ‘S’자로 오르내릴 수 있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전동 휠체어는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무게만 80㎏ 이상이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최소한 두사람 이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등 선진국은 장애인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김소영씨는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용 횡단보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휠체어를 움직이는 데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경사로도 매우 완만하고 안전하게 설계돼있다”면서 “차량도 휠체어가 보이면 무조건 정지해 먼저건너도록 배려하는 등 시민의식도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우 박록삼기자 anselmus@.
*“편의시설 눈높이 설계 절실”.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의 눈높이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余俊旻·27·여) 인권센터 간사는 장애인용 편의시설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편의시설이 정상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졌기 때문” 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여 간사는 “‘장애체험’을 해보지 않으면 장애인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면서 “설계·시공자들이 의무적으로 장애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장애인의 시각에서 편의시설을 만들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모든 편의시설은 중증 장애인을 기준으로 하는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 개념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법이 지정하는 대상시설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다.예를 들면,장애인·노인 복지시설과 장애인특수학교는 장애인용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일반학교는 제외돼 있다.많은 장애인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정상인들과 함께교육을 받고 있지만 장애인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도 98년 이후 10가구 이상 다세대주택에만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여 간사는 “98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은 ‘별도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여 간사는 “선진국은 우리나라처럼 특별법이 아니라 도로교통법,건축법 등 일반 법률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해 각별히 배려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업무도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지닌 부처나 총리실 등 상급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2001-05-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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