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하는 NGO 사람들

영어공부하는 NGO 사람들

박록삼 기자 기자
입력 2001-05-10 00:00
수정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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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국민연대 유한범(柳漢範·35) 정책실장은 올해 초‘난처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헬로”하는 인사말과 함께 본토 발음(?)의 영어가 쏟아졌다.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었다.

얼른 주변을 둘러봤지만 평소 영어실력을 자랑하던 동료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유 실장은 상대방이 알아듣건 말건 짧은 영어로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 뒤 전화기를 슬며시 내려 놓았다.

목격자가 없는지 얼른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벌써 몇번째인가’ 바쁜 활동을 핑계로 영어를 소홀히했던 탓이다.그런데 요즘 웬만한 이메일이나 자료는 모두영어로 돼 있다.

유 실장은 마침내 지난 3월31일부터 영어공부에 돌입했다.처지가 비슷한 반부패국민연대 동료와 열린사회시민연합,참교육학부모회 간사 7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3개월을 목표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아침 1시간30분씩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 사무실에서 영어 강사를 초빙,필사적으로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한달여가 지난 요즘 이들은 ‘시민의 권리’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등 다소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도 영어로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한 회원은 “단순히 영어를 배운다는 차원을 넘어 NGO 활동가로서 신념마저도 단단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3월부터 주 1회씩 간사들을 대상으로 성공회대 진영중 교수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공문서 작성법 등 실무영어도 함께 배운다.

참여연대 김성희(金星熙) 사무국장은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잦아지고 해외 단체들과의 연대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추세라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영어는 이제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2001-05-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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