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파이란’ 28일 개봉

‘한니발’ ‘파이란’ 28일 개봉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04-27 00:00
수정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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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개봉되는 영화는 4편.보기 드물게 한가한 주말극장가에서 유독 대비되는 작품이 ‘한니발’과 ‘파이란’이다.국내 영화제작사와 수입사들을 바짝 긴장시켜 개봉일잡기 눈치작전을 펴게 했던 ‘한니발’.소문대로 잔혹성은도를 넘어선다.그와는 대조적으로 ‘파이란’은 잔물결처럼 잔잔한 감동의 휴먼드라마다.두 영화를 보면서 심장박동수를 잰다면 어떨까.한쪽은 한없이 쿵쾅대고 또 한쪽은 한없이 느린 흐름을 탈 것이다.

◆한니발(Hannibal) “좀더 잔인하게,좀더 엽기적으로.”‘양들의 침묵’(조나단 드미 감독·1991년) 이후 10년만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후속편으로 내놓은 ‘한니발’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국내 수입심의를 통과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곳곳의 화면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원색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FBI 특수요원 스탈링 역은 이번엔 줄리언 무어가 했다.10년전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앤서니 홉킨스)의 도움으로,납치된 상원의원의 딸을 구해 유명해진 스탈링.그러나 마약소굴 소탕작전에서 과잉진압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좌천될 판이다.그때 한니발 살인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재력가 메이슨으로부터 한니발을 잡아달라는 제의를 받는다.오랜 은둔 끝에 다시 나타나 스탈링 주변을 맴도는 한니발은 메이슨의 주변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간다.

잔인함의 강도는 전편 이상이다.산 사람의 골을 잘라내고뇌를 구워 먹이는 장면은 아찔하다.식인 멧돼지가 인육을뜯어먹는 대목에서는 엽기영화의 마지막 단계를 보는 듯하다.이들 장면이 국내 심의과정에서 말썽이 되자 감독은 필름을 회수,손수 모자이크 처리해 보내왔다.

지적 유희는 전편만 못하다.관객의 허를 찌르는 규모있는반전은 찾아볼 수 없다.온갖 엽기와 기발한 아이디어의 홍수를 맛봐온 관객들에게 영화가 큰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는 건 그래서이다.

‘글래디에이터’로 올해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상영시간 2시간13분.

◆파이란 땟국이 졸졸 흐르는 낡은 점퍼에 제멋대로 구겨진 기지바지.우북하게 자라난 머리카락에 반창고를 무슨 훈장인 양 달고다니는 꾀죄죄한 얼굴.영화 ‘파이란’(제작 튜브픽쳐스)의 주인공은 그대로 노숙자 꼴이다.뒷골목 생양아치 강재(최민식).

이렇게 폼안나는 한국영화 속 깡패를 본 적이 없다.홍콩의인기스타 장바이쯔(장백지)와 호흡을 맞췄으니 멜로요소가빠졌을 리 만무하다.그런데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려줄모티프라고는 그의 캐릭터 어디에도 없어보인다.

송해성 감독이 만든 ‘파이란’의 묘미는 무엇보다 거기에놓였다.욕지거리를 입에 달고다니는 삼류깡패의 가슴에 기적처럼 사랑이 돋아나는 과정이 차분하고 밀도있게 그려졌다.

말이 좋아 깡패지 그는 주먹솜씨도 신통찮다.그렇다고 의협심에 불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미성년자에게 포르노비디오를 팔다 구류를 살고,오락실 주인을 협박해 동전푼이나뜯고,인형 뽑기로 시간을 죽이는 게 일이다.

중국 처녀 파이란과 인연이 닿는 것도 그런 한심한 놀음의과정에서다.직업소개소를 통해,불법체류 위기에 놓인 여자와 위장결혼해준 대가로 몇푼을 건진다.물론 제대로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사이다.

밑바닥 인생의 끝점을 보여주던 영화는 조금씩 휴머니티를일깨워간다.“깡패 영화도 아니고,멜로는 더더구나 아니다”고 강조하는 감독의 의도가 바로 여기 있다.

욕설과 우스개로 일관하던 영화는 중반을 넘으면서 관조적어조가 된다.세상이 버린 자신을,가장 친절하고 좋은 남자라 믿고 외로움을 견뎌낸 파이란을 알게 되면서 강재는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남녀주인공이 한번도 대화를 섞는 장면이 없는 독특한 구조다.이어질듯 말듯 둘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교차편집으로 효과적으로 표현됐다.그러나 끝내 찜찜한 구석이 있다.생판몰랐던 여자의 편지 한통에 그토록 절절히 자기애(自己愛)를 발견하는 이야기 구도는 설득력이 모자란다.

황수정기자 sjh@
2001-04-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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