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보리처럼, 풀처럼

2001 길섶에서/ 보리처럼, 풀처럼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04-05 00:00
수정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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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에 짓밟혀 쓰러진 보리도 이내 다시 일어난다.이슬을 맞고,햇빛을 받아 대지에 짓이겨졌던 줄기는 고개를 쳐든다.”러시아 작가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에나오는 구절이다. 숄로호프는 계속 말한다.“처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녹초가 된 사람처럼 허리를 굽히고 있지만,이윽고 기력을 되찾아 반듯이 머리를 쳐든다.태양은다시 세찬 빛의 비를 내리고,바람은 예전처럼 살랑살랑 불어 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인 듯하다. 주부들은 연일 치솟는물가에 이구동성으로 장보기가 두렵다고 한다.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떠돈다.서울 강남에 살지 않으면 명문대학 입학이 힘든 현실 앞에서 부모들은 자괴감이 앞선다.서민 투자자들은 반쪽난 주식을 보며한숨 짓는다. ‘세찬 빛의 비’와 살랑거리는 바람이 어느때보다 그립다.그렇더라도 보리처럼,풀처럼 머지않아 다시일어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만은 버리지 말자. 시인 셸리는“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았으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박건승 논설위원

2001-04-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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