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주택보증 사장의 야반도주?

[오늘의 눈] 주택보증 사장의 야반도주?

전광삼 기자 기자
입력 2001-04-02 00:00
수정 2001-04-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장수가 부하를 버리고 전장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30일 열린 대한주택보증 주주총회에서 이향렬(李鄕烈) 사장은 2000년도 정관 개정안을 주총장소가 아닌 제3의 곳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뒤 야반도주하듯 직원들을버리고 주총장을 떠났다.밤 11시30분이 막 지날 때였다.정관개정안은 주택보증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더 이상 새분양아파트에 대해 보증을 해줄 수 없게 되자 ‘자본잠식상태에서 예외적으로 보증해 줄 수 있게 한다’는 변칙적인 안이었다.

그 시각,11층 주총장에선 소액주주인 주택업체 관계자들이 주총 의장인 이 사장이 돌아오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주택보증의 김기석 감사와 백준부 관리상무는주택업체 관계자들을 달래며 타협을 모색하고 있었다.사장실 여비서들도 사장이 집으로 간 줄도 모르고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 직원들도 밤샘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직원들은 자정을 넘기고서야 사장이 정관개정안을날치기로 처리하고 집에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까지도 직원들은 하나같이 “건교부 차관보까지 지낸 분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리 없다”며 애써 위안했다.그러나 뒤늦게 사태를 알고는 허탈해할 뿐이었다.

이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건교부는“분양보증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어떻게든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이 사장을압박했다.주택업체들은 주택보증으로부터 받은 융자금의 15%를 조기 상환할 테니 나머지를 감면해달라고 요구했고,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켜줄 수 없다고 버텼다.이 사장으로서는 양쪽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렇다고 정관개정안을 변칙처리한 채임직원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황급히 회사를 떠난 것은 책임있는 경영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택보증은 난파선이나 마찬가지입니다.죽느냐 사느냐하는 순간에 선원들만 남긴 채 선장이 떠났습니다.그런 배가 다시 떠오른들 무엇 하겠습니까.선원들이 선장을 믿지못하는데…” 주택보증의 앞날을 걱정하며 한 직원이 던진 탄식어린 언급이다.이향렬 사장이 곰곰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없다.



전광삼 디지털팀 기자 hisam@
2001-04-02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