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기위해 영화 본다?

음악 듣기위해 영화 본다?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1-03-30 00:00
수정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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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객 50만명 확보를 눈앞에 둔 ‘번지점프를 하다’의 후반작업 때. 제작사 눈엔터테인먼트의 최낙권 대표와김대승 감독은 신경전을 벌였다.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띄울 주제곡 선정에 좀체 합의를 보지 못해서였다.덕분에,기자시사가 끝나고 극장개봉되기까지 주제음악은 몇번배치를 바꿔야 했다.

최근 충무로에는 이런 풍경이 흔해졌다.영화음악이 구색용 쯤으로 치부되던 건 옛말. 대접이 이만저만 융숭해진게 아니다.영화 한편이 음악에 들이는 비용은 여차하면 1억원 선이다.한두해 사이에 곱절로 뛰었다.“블록버스터를지향하는 영화들이 힘겨루기하면서 자연히 ‘디테일’ 경쟁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해석한다.

실제로 올해 최고의 흥행대작으로 점쳐지는 김성수 감독의 ‘무사’(싸이더스우노 제작·7월 개봉)가 음악에 들이는 공은 거의 음반 제작 수준이다.인기 재패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작곡가 사기스 시로에게 음악감독을맡기고 2억원을 내줬다.‘신세기 에반겔리온’이 일본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사상 최초로 300만장이나 팔린 점에 주목했다.“그의 이름값이 향후 아시아권 배급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제작사의 계산이다.

시로는 폴란드까지 ‘원정’가서 바르샤바 필하모니와 협연녹음했고 지금은 런던에서 믹싱작업중이다.그가 중국 촬영현장을 수시로 오가며 감독과 의견을 나눠왔음은 물론이다.내친김에 싸이더스는 자체 음반사업부에서 OST 앨범을영화개봉에 맞춰 출시하기로 했다.

‘광시곡’은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OST만큼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천사몽’도 마찬가지.

홍콩 스타 여명이 주연하면서 메인테마를 불렀다.외국가수들쪽으로 범위를 넓히는 사례도 흔하다.‘선물’은 세계적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에게 주제곡 ‘마지막 선물’의 연주를 맡겼다.영화음악가 조성우씨의 창작곡이다.다음달 개봉될 영화 ‘인디안 썸머’의 주제가를 부른 이는 ‘굿바이’로 유명한 여가수 제시카다.영화제작현장에서 OST로 시선을 돌리는 경향은 지난 99년 ‘쉬리’부터 가속이붙었다.삽입곡 캐롤 키드의 ‘웬 아이 드림’이 크게 히트하면서 영화와 음악의 시너지효과를 확인했다.영화흥행과더불어 캐롤 키드의 음반은 20만장이 넘게 팔렸다.

이제 OST는 영화마케팅의 필수항목으로 자리잡았다. 제작사들은 촬영에 앞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스타가수부터 물색해둔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개봉과동시에 OST음반이 시중에 깔리는 것도 일반적인 추세다.이쯤되면 몇안되는 음악감독들의 주가가 올라가는건 뻔한 일.

조성우씨는 요즘 영화제작자들에게 인기 최고다. 현재 주문 받아둔 작품만 10편이 넘는다.‘쉬리’로 두각을 나타낸 이동준씨도 정신없이 바쁘다. 촬영중인 ‘2009 로스트메모리즈’에 이어 강제규필름의 ‘베사메무쵸’ 를 새로맡았다.

영화음악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 음악인들의 제작 참여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스크린 위로 질높은 음악을 감상하는 건 관객들로서야 즐거운 기회.그러나 “치솟는 수요만큼 질적인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해 아쉽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들이다.

황수정기자 sjh@.

*인기타는 영화주제곡.

“영화주제곡부터 잡아라.” 영화가 국내외 인기가수들을 열심히 넘보듯,가요판에서도영화쪽을 기웃대기는 마찬가지.뮤직비디오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인 현실에서 영화장면을그대로 뮤직비디오로 끌어들인다면,크게 수지맞는 장사다.

주제곡을 불러준 대신 뮤직비디오에 영화장면을 갖다쓰는사례는 줄을 잇는다.

시크릿 가든은 멀리 노르웨이에서부터 ‘선물’제작진에협상을 넣어 성공했다.이 영화는 그룹 동물원의 새 뮤직비디오에도 쓰였다.‘인디안 썸머’도 이소라의 ‘제발’,제시카의 ‘로스트 위다웃 유어 러브’와 복수계약을 맺은경우.

데뷔가수들도 단단히 눈독을 들인다.31일 개봉되는‘친구’는 아이드림미디어가 OST판권을 가졌지만,신인가수 얀이주요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끌어쓰기도 했다.
2001-03-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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