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일 知性의 화음

[씨줄날줄] 한·일 知性의 화음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1-03-30 00:00
수정 2001-03-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세상에는 빨리 잊어야 하는 것이 있고,오래오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잊어야 하는 것이 사사로운 이해와시비라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전체 역사의 뜻이다.함석헌(咸錫憲)선생은 1974년 1월 ‘씨알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두운 우리 마음에 언제나 잊어야 할 것은 못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잘 잊는 법”이라며 “그러므로 잊지않기 위해서 반드시 잊는 것이 있어야 하고,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잊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일제 36년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미래를 위해서 정말잊지 말아야 할 과거다.그러나 피차 감정의 앙금은 지우지 못하면서 역사의 교훈은 잊어버리고 있다.특히 ‘교과서왜곡’ 등 일본 우익의 국수주의적 광분은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혼동한 어리석음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다.이런 때 두 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서울대 이기준(李基俊)총장과 도쿄대 하스미시게히코(蓮實重彦)총장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한 것은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줄기 빛이다.

“양국간 불행했던 시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극복 의지가 있을 때에만 신뢰성 있는 참된 이해가 이뤄질것이다.인류의 역사에서 편견에 의한 판단과 신념이 몰고온 불행한 역사적 오점들을 짚어내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타인과 주변 국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결여된행동이 그 이웃에게 얼마나 위해(危害)할 수 있는가는 한·일 근현대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서울대 이 총장 축사) “20세기의 일본에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36년에 걸쳐 유린한,어떻게 봐도 도저히 정당화하기어려운 과거가 있다.우연한 사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스스로 필연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자세 속에서 살아 있는 윤리가 형성되는 것이다.그러한 윤리에 걸맞게 우리 자신에게는 우연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과거 잘못에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도쿄대하스미 총장 졸업식사).

더듬이가 작동하지 않는 곤충이 한 치 앞을 모르듯 지성이 작동하지 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다행히 우리는 도쿄대 졸업식을 통해서두 나라 지성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3-30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