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전인수’ 對 ‘꼴불견’

[씨줄날줄] ‘아전인수’ 對 ‘꼴불견’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1-03-14 00:00
수정 200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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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변인실이 입으로는 ‘상생(相生)의 정치’를 외치면서 행동은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하고 있다.야당인 한나라당은 일요일인 지난 11일 ‘DJP 야합정권의 후안무치 꼴불견작태 10선’에 ‘권력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나’라는 부제까지 달아 여당을 공격했다.이에 민주당은 몇시간 뒤 ‘한나라당과 이회창총재의 아전인수(我田引水)10선’에다가 역시‘대권에 눈이 멀면 사물이 거꾸로 보이는가’라는 부제를붙여 맞받아 쳤다.

여야가 서로 한치도 차이가 없는 난형난제(難兄難弟)의 모습을 연출했다.‘꼴불견 10선’에는 △국민과의 대화는 홍보쇼 △장관직 암거래 논란 등이 나열돼 있고 ‘아전인수 10선’에는 △안기부 예산횡령,강삼재 방탄국회 △이총재의 전주 이씨 역할론 등을 늘어 놓았다.여야 3당 원내총무들이 지난달 14일 “소모적 정쟁을 지양하고 정치 대혁신을 위해 노력한다”고 다짐한 뒤 한달도 채 지나기 전에 이같이 시장바닥의 욕설과 다름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뒤늦게나마 민주당의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13일 “앞으로 일체의저질논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니 다행이나 두고 볼 일이다.

정치란 본래 말로써 하는 것이라고는 하나 여야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변인실이 상대당에 대한 비방을 지금처럼증폭시켜 나가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TV에 정치뉴스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는 ‘정치 혐오증’이 확산되고있는데 또다시 ‘짜증나게 하는 정치’로 얼굴을 찌푸리게해서는 안된다.정당들이 저질 논평을 내놓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해주기 때문이다.그 ‘말들’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구도 아닌데 단지 재미나다고 해서 ‘우스갯거리’의 가십(gossip)정치로 희화화하는 것은언론의 바른 길이 아니다.

차제에 각당은 중앙당 사무처 중심의 대변인실을 축소,부대변인들을 과감하게 줄이고 대변인은 당 공식입장과 당직자회의 내용만을 브리핑하는 수준으로 그 역할을 좁힐 필요가 있다.국회문제는 원내총무단에서,당 정책문제는 정책위의장단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것이 의회정치의 활성화나 정당간 정책대결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앞으로대권경쟁의 시동이 걸리면 부대변인들이 여야 할 것 없이 십수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인데 이들이 토해낼 ‘말’의 공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귀가 멍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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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2001-03-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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