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정치권의 저질 충성경쟁

[오늘의 눈] 정치권의 저질 충성경쟁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2001-03-08 00:00
수정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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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낭만(?)이 있던 주먹세계가 섬뜩해진 것은 70년대후반 J씨가 상대편에 주먹 대신 칼을 휘두르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동안 금기시돼 온 칼이 등장하면서 암흑세계에서는잔혹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됐다.

요즘 정가의 말싸움을 지켜보면 여야가 ‘칼’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아지태 논쟁이다.아지태는 TV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의 사악한 참모로 묘사되고 있는 인물이다.

‘칼’은 야당이 먼저 들었다.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지난 4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아지태에 빗대 비난하는보도자료를 냈다.상대편 정치인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문제될 게 없지만, 역사적 악인에 빗대 비아냥거린다면 당사자로서는 ‘칼’을 맞는 것 같은 수모를 느낄 만하다.

민주당도 ‘칼’을 빼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날 대변인실은“YS정권 때 총리까지 지내놓고 주군(YS)을 버린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아지태라고 하면 좋겠나”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7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일 뿐”이라며 김 대표를 돼지에 비유하는 논평을 냈다.이쯤 되면 ‘칼’ 뿐 아니라 각종 흉기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사실 당직자들도 자신들의 말이 심하다는 것을 안다.그러면서도 저질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막무가내식 충성 경쟁 때문이다.‘좀 심하긴 해도 어쨌든 상처는 입혔잖아?.우리 총재(대표)가 흡족해 할거야’라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발상이다.상대편 장수(將帥)를 공격한다는 것은 자기편 장수가 공격받는 것을각오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부하라면상대방 장수에게 함부로 칼을 들이대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아랫사람이 ‘칼’을 들려고 할 때 총재(대표)는 ‘이 사람이 나한테 충성을 하고 있군’이라고 흐뭇해해서는안된다.반대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이 사람이 이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그렇다면 상대방이 나를 똑같이 욕해도 좋다는 것인가’.

김상연 정치팀 기자 carlos@
2001-03-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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