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가지 테마로 보는 프랑스 문화

15가지 테마로 보는 프랑스 문화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2001-03-07 00:00
수정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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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문화의 나라라고 다들 동경하지만,따지고보면그 마음의 절반쯤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 따라붙기 마련인 미혹이기 십상.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프랑스를 제대로알아보자는 작심은 좋다.하지만 프랑스의 전모는 생각만큼잘 만나지지 않는다.문학의 계단을 따라 상아탑으로 올라가면 철학,미술,음악 등 고급예술뿐,생활의 손때는 닦여나갔기십상이요, 잡지책 한권 집어들고 패션,영화,레스토랑쪽만 탐닉하면 또 그대로 켜켜이 쌓인 역사적 향취를 짐작치 못하는반쪽여행에 그치고 만다.

‘프랑스 문화예술,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고봉만 등지음,한길사 펴냄)는 일단 그 벽을 허문게 인상적.서로 같은플로어에서 안놀려고 해온 고급문화·대중문화를 한 책속에끌어다 엮었다.문학 연극 회화 문화정책부터 사진 영화 만화건축,여기에 포도주 패션 향수까지 이질적인 15개 테마가 저마다 그들만의 프랑스를 툭툭 내던지듯 증언한다. 문학·영화·건축·미술사 등을 전공한 젊은 국내학자 16명이 한토막씩 맡아 집필했다.

책은 일단 프랑스에 대한 총체적 의문부호 풀이에는 그런대로 일조한다.대중서로는 흔치않던 프랑스 문화정책 건축 사진의 역사 등은 반가운 테마다.

프랑스 문화부 창시자가 앙드레 말로라는 것,문인들을 관료로 적극 육성한 게 프랑스 문화저력의 한축이 됐다는 점 등을 새삼 음미하게 된다.

프랑스어가 프랑스인들의 절대 모국어가 된 건 대혁명 직후정책적 장려 때문이며 그전만해도 프랑스인 90%가 지방어나방언 사용자였다는 ‘뜻밖의’ 지식도 흡수한다.대혁명이후상퀼로트(평민)들이 “물을 마시느니,차라리 죽겠다”며 포도주 음주권을 요구했다느니,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금기와도 같던 스커트 길이가 복사뼈위로 치고 올라오는 과정 등에선 문화 모세혈관에까지 작용하는 역사 이벤트들의 힘을재확인한다.

책 한권으로서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않다.한 갈피에 적혀있던 그 ‘예술장르간 상호텍스트성’이란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테마들 사이 유기적 관계맺기에 좀더 신경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축적많은 고급문화의 연대기적 서술과 발랄한 대중문화화법 사이의 톤 조절은 한계가 있는 것일까.

꼭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테마들을 꿰뚫는 유기적 키워드 부재를 차치하더라도 책은 프랑스문화의 신구세대간 어떤단절을 어쩔수없이 얼비치고 있다.그렇게 만든 주범은 아무래도 미국 대중문화가 아닐수 없다.

그 두터운 축적물과 문화적 자부심의 나라 프랑스도 할리우드의 침투 앞에서 옛것을 새것에 접붙이느라 휘청대고 있다.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경계사이렌이 바로 이것 아닐까.

손정숙기자 jssohn@
2001-03-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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