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여성이 저녁 귀가길에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두 차의 앞뒤 범퍼가 크게 망가졌다.그녀 차는 출고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것이었다.더구나 넉넉하지 못한 살림 탓에 남편을 졸라 겨우 마련한 차였다.이를 남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한단 말인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하지만 사건은 처리해야 했다.그래서 자동차 등록증을 꺼내려 차안에 있는 대봉투를 열었다.그때 종이쪽지 하나가 봉투에서 떨어졌다.거기에는 큼지막한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사고가 날 경우에 이것을 잊지 말아요.내가 사랑하는 건 차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걸!” 미국 작가 잭 캔필드의 글을 새삼스레 옮겨 보는 것은,우리가 속된 것에 얽매여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우리가 치열한 삶에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소중한 무엇’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그래서 생 텍쥐페리는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 보는 게아니라,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했는지 모른다.
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논설위원
2001-03-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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