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 혹독한 혹한나기

노숙자들 혹독한 혹한나기

심재억 기자 기자
입력 2001-01-19 00:00
수정 200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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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겨울나기였다.기록적인 혹한을 견뎌낸 노숙자들은 지쳐 있었다.

이번 겨울 서울지역에서 수은주가 기록한 공식수치만 영하 18도.보통사람도 죽네 사네 아우성을 쳤던 살떨리는 추위를 이겨내고 노숙자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18일 아침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만난한 노숙자는 “날씨가 군기를 잡더라”며 씩 웃었다.

칼날추위가 닥치자 노숙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지하로…지하로…’내려갔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내려가면 그만큼 추위를 덜 수 있었기때문.

노숙자들이 혹한을 이겨낸 서울역·영등포·시청·을지로입구·종로3가역 등은 모두가 한결같이 환승역.다른 역에 비해 지하역사의 위치가 깊다.을지로3·4가역이나 회현·명동·청량리역도 ‘꽤 괜찮다’는 게 노숙자들이 이번 ‘혹한기 전투’에서 얻은 성과다.

터득해낸 또 하나의 생존비법이 신문지 두르기였다.건설현장 막일꾼으로 일하다 지난해말 영등포 쪽방에서 밀려났다는 주양모씨(63)는껴입은 내복속에 겹쳐 두른 신문지를 들춰보이며 “이렇게 옷 사이에신문지를 둘러야 얼어죽지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요령을 깨치지 못한 ‘초보 노숙자’들은 혹독한 고초를 겪어야 했고 잠이 들어 지옥 문턱을 밟은 이들도 있다.서울시 노숙자대책반원들은 지난 15일 서울역 인근 소화아동병원 여자화장실로숨어든 3명의 노숙자를 발견했다.모두 파랗게 얼어 있었다.다행히이른 저녁시간에 발견했기 망정이지 자칫 일을 치를 뻔했다.이들은모두 왕초보들이었다.

갑자기 닥친 한파는 노숙자들의 노숙스타일도 바꿔놓았다.얼어죽지않기 위해 밤에는 서로 잠을 깨우며 버티다가 새벽녘이 되면 서울역과 지하철 등을 찾아 잠을 청하는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됐다.겨우겨우 혹한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그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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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기자 jeshim@
2001-01-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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