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일파 재산 보호 못한다’

[사설] ‘친일파 재산 보호 못한다’

입력 2001-01-19 00:00
수정 200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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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에 귀속된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돌려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李善姬부장판사)는 친일파 이재극(李載克)의 손자 며느리 김모(7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 청구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를각하했다.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3·1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바,원고가 민족의 이익을 배반하고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되찾기 위해 헌법을 수호하는 법원에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적합한 행위”라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민족정기를 바로 잡은 이 판결을 적극 지지하면서 대법원에대해 우리의 생각을 몇마디 보태고자 한다.대법원은 1997년 친일 매국노 이완용(李完用)의 증손자가 낸 토지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친일파 후손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반하지만,광복후 40여년이 지날 때까지 친일파에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이상 친일파나 그 후손이라도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친일파에 대한국민정서를 알면서도 ‘국민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조항을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의 개별조항보다 헌법의 기본정신이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대한민국이 법통을 승계한 임시정부의 ‘건국강령’(1941년)은 ‘친일 매국노의 재산 몰수’를 건국과업의 첫걸음으로 설정하고 있다.

1948년 ‘반민족행위자처벌법’에도 불구하고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의 집권욕 때문에 친일파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대법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친일파와 그 상속인이 제3자 명의로 된 재산을 되찾는 일에 법원이 조력하지 않겠다는 취지일 뿐,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몰수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한계를 분명히 했다.뒤늦게나 친일파를 단죄한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대법원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기대한다.

2001-01-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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