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소박한 새해 소망

[굄돌] 소박한 새해 소망

노재령 기자 기자
입력 2001-01-18 00:00
수정 2001-01-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001년 새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됐다.

주변여건이 황폐해지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것 자체가 짐으로느껴지는 요즘, 삶은 더욱 치열하고 각박해져가는 것같다.아침이면식사하고 아이들 돌보고,허둥지둥 집을 나서려다 자동차 열쇠를 찾느라 온 집을 돌아다니는 끝에 헐레벌떡 출근하기 일쑤다.나날의 숨가쁜 일상을 체험하면서 새해에는 좀 더 정돈된 마음가짐과 짜임새있는일과를 계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잠깐 짬을 내 스쳐지나간 지난 날의 단편적인 기억이나 향수어린 추억들을 하나 둘씩 되새겨보고,내 주변에서 흘려보낸 상(像)과 염(念)을 추려볼까 한다.허둥대는 일상 속에서 시간을 붙잡아매고 잠시 ‘느림’을 음미해 보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다.

몇개월 전에 한 영자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생각난다.벨기에의 어느미국 특파원이 쓴 짧은 글이다.그는 기사 마감이 임박해 브뤼셀의 한도로변 카페에 앉아 바쁘게 기사를 쓰면서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고한다.그런데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어느 남자가 계속 자신을노려보는 눈초리를 갑자기 느꼈다.곧 이 낯선 사람은 기자에게 다가와,“실례지만 시가를 그렇게 피우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시가는 음미하면서 천천히 태워야 합니다”라고 했단다.

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기자는 잠시 회상에 잠기게 되었고 그 만남자체가 기사화되었다.이 낯선 벨기에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자는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일에 중독되어 산다고 자칭하는 미국인들의 생활 습성과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비교했다.하찮은 얘기 같지만 결국은 ‘삶의 질’이라는 것이 이러한 일상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유럽·미국 큐레이터들과 서울에서 워크샵을 하며 나눈 얘기가 있다.어느 미국 큐레이터가 말하기를 자기 일에는 더 이상 공사구분이 없다는 것이다.5시에 퇴근하면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들과 만나고,미술관 후원자를 접대하며,주요 컬렉터들도 만나야 해서업무에 낮·밤,주중·주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결국 세계화 추세에의해 국제적 경쟁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점차 사생활이 시간·공간적으로 업무에 의해 점유당하는 셈이다.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나만의 공간과 휴식….뭐 손쉬운 것들이지만 하찮게 여겨지던 일들이 내게 가장 소중하다.이런 순간들을 좀 잡아두고 거기서생활의 활력소를 찾아보련다.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2001-01-18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