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죽은 놈은 나다’

길섶에서/ ‘죽은 놈은 나다’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1-01-06 00:00
수정 200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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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영수회담의 결렬로 소한(小寒) 한파가 더욱 춥다.불투명한 정국은 끝이 안 보인다.남북한관계도 남쪽의 경제난국으로 속도조절이불가피할 것 같다.분단의 얼음벽이 아직도 깨지지 않은 가운데 남남갈등도 만만찮다.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도 주변에 똬리를 틀고 있다.1957년에 펴낸 안장현의 첫 시집,‘어안도(魚眼圖)’가운데 ‘6·25의 폐허’를 단 3행으로 농축한 ‘전쟁’이라는 매우 짧은 시가 있다.

“겨누는 것은 분명히 적이라는데 적이 아니라 나다/ 포탄은 터져날아 갔는데 적의 심장을 뚫었다는데/ 죽은 놈도 자빠진 놈도 그것은나다” 계간지 ‘한글문학’을 40여년간 고집스럽게 펴내온 안장현은 올해73세로 부산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그는 시를 쓸 때면 온몸이 긴장되고 끙끙댄다고 술회한다.

여든 야든,남이든 북이든 ‘주적(主敵)’을 헐뜯고 때리고 거꾸러뜨리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꾸러진 것은 주적이 아니라 바로나였다는 사실을 이 시는 깨우쳐 주고 있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2001-01-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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