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닫힌 은행문도 열리려나

[현장] 닫힌 은행문도 열리려나

한만교 기자 기자
입력 2000-12-28 00:00
수정 2000-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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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명의 진압경찰과 1만여명의 시위대가 상공을 선회하는 헬기의 굉음속에서 마지막까지 대치했던 국민·주택은행 파업 노조원 농성과 해산작전은 노동쟁의 역사에 특이한 사례로 남을 것 같다.

강추위 속에 7일동안 이어진 농성과정에서 노조원들간엔 차라리 공권력이 투입되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경찰은 굳이 무리한 해산작전을 펴려하지 않았다.입장이 뒤바뀐 이런 상황은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해산시킨다 해도 노조원들을 현업에 복귀시키기 어렵다는 공권력의 현실인식과 화이트컬러 파업이라는 성격 때문이었다.비노조원들로부터 격려금이 쇄도했고 농성장치고는 음식과 생필품이 크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파업노조원들은 영하의 날씨에 운동장 천막과 연수원 복도 등에서 심한 고통을 겪었다.

“노동가나 구호라도 함께 힘껏 외치고 질서정연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국민은행의 한 남자 조합원은 “파업 첫날의강력한 투쟁의지가 너무 쉽게 퇴색했다.부끄럽다”며 아쉬워했지만대부분의 노조원 가족들은 일단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하지만 ‘평화로운 해산’이 ‘완전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사실상 ‘금융대란’을 불러온 금융권 구조조정을 둘러싸고우리 사회와 경제가 처한 현실적 딜레머가 극복됐다고 할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은 얼마나 될까.

농성이 끝난후 연수원 직원들은 본관과 강당 등에 농성자들이 놓고간 새 주전자·밥솥,포장도 뜯지 않은 도시락과 식수 등 수많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외부 절도범과 한바탕 숨바꼭질을 폈다.

농성자가 모두 떠난 연수원 운동장엔 찢어진 천막과 스티로폴 산더미 사이로 재야 노동운동가들의 기관지 ‘인간해방’과 장기표(張琪杓)씨의 저서 ‘구국선언’,‘은행부실의 원인은 관치금융’이라고주장하는 팸플릿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밀려 이곳저곳을 어지럽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한만교 전국팀차장 mghann@
2000-12-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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