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문학은 언제까지,어디까지 행복한 만남을 꿈꿀수 있을까.
올 세번째 TV문학관이 27일 오후 11시 KBS-2TV로 안방을 찾는다.‘다리가 있는 풍경’.원작자 이름이 일단 시선을 붙든다.우리시대 둘째가라면 서러울,현란한 감수성의 모험을 감행해온 전경린.그의 단편‘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이 재료다.
나는 다리를 찍으러 다니는 사진작가 인혜(도지원).어느날 뜻밖의 유산을 겪고 왠지 고향을 향하게 된다.그곳에 까맣게 잊고 있던 다리하나가 있었다.켜켜이 세월의 땟국에 절은 다리.그 위를 엄마(이휘향)는 바람난 아버지(하재영)를 좇아 종종걸음쳤었다.
딸아이 넷을 거두느라 양푼긁는 소리가 그칠새없던 엄마.지금은 깡촌군청계장으로 들어앉았지만 한때 시국을 고민하는 엘리트였던 아버지에게 엄마는 자기 날개를 꺾어 여기까지 끌고온 감때사나운 족쇄일 뿐이다.그런 아버지 직장에 들어온 대학후배 문계장(지수원). 미모에목소리도 다소곳한,엄마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여자. 어린 나(김가영)는 그집에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엄마 딸이지만 문계장에게 질주하는 아버지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간다.
여기서부터는 남자 하나를 놓고 실랑이하는 정실 대 첩의 해묵은 갈등구도다.임신한 엄마는 어떻게든 아들하나 낳아 아버지를 눌러앉히려 하지만 문계장도 덜컥 임신됐다는 걸 알게 되고….70년대 초라는걸 감안하면 그렇게 눈살찌푸릴 것은 없겠다.오히려 생명을 매개로모든걸 품어안는 엄마의 모성이 때때로 눈물짓게 한다.경남 함양의풍광도 그런대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옛 TV문학관 때보다 덜 진득할요즘의 시청자들까지 흡인할만큼 진행도 속도감있다.
70년대 유신독재에 괴로워하는 ‘운동권’ 아버지 캐릭터는 원작에없던 것.극적 효과를 노린 제작진의 창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문계장과 엄마의 직접대면,문계장의 임신,메인 소재인 다리조차도 모두소설에선 일언반구 없던 얘기다. 드라마가 소설에 빚진 건 인물과 초반설정 정도.엄마와 주인공 화자의 얘기를 동렬에 세워 한 아이의 성장 내면사를 그린 소설은 결국 잘난 사내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쟁탈전과 화해의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그렇다면굳이 ‘TV문학관’이란 간판이 왜 필요할까.문학에서 드라마 입맛맞는 설정만 쏙쏙 빼온 ‘단막극’일 뿐인데.이민홍PD 역시‘다리…’를 찍는데 걸린 10일이 딱 단막극 제조기한이라 고백하지않는가.‘다리…’가 잘됐고 못됐고의 문제가 아니다.‘TV문학관’은무엇을 지향하는가. 지금으로선 문학의 육질을 화면에 옮겨보자는 것도,발랄한 문학의 새 기운을 추적해보자는 것도 아닌 것 같다.이름값이 아깝지 않을 새로운 실험정신이 절실해뵌다.
손정숙기자 jssohn@
올 세번째 TV문학관이 27일 오후 11시 KBS-2TV로 안방을 찾는다.‘다리가 있는 풍경’.원작자 이름이 일단 시선을 붙든다.우리시대 둘째가라면 서러울,현란한 감수성의 모험을 감행해온 전경린.그의 단편‘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이 재료다.
나는 다리를 찍으러 다니는 사진작가 인혜(도지원).어느날 뜻밖의 유산을 겪고 왠지 고향을 향하게 된다.그곳에 까맣게 잊고 있던 다리하나가 있었다.켜켜이 세월의 땟국에 절은 다리.그 위를 엄마(이휘향)는 바람난 아버지(하재영)를 좇아 종종걸음쳤었다.
딸아이 넷을 거두느라 양푼긁는 소리가 그칠새없던 엄마.지금은 깡촌군청계장으로 들어앉았지만 한때 시국을 고민하는 엘리트였던 아버지에게 엄마는 자기 날개를 꺾어 여기까지 끌고온 감때사나운 족쇄일 뿐이다.그런 아버지 직장에 들어온 대학후배 문계장(지수원). 미모에목소리도 다소곳한,엄마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여자. 어린 나(김가영)는 그집에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엄마 딸이지만 문계장에게 질주하는 아버지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간다.
여기서부터는 남자 하나를 놓고 실랑이하는 정실 대 첩의 해묵은 갈등구도다.임신한 엄마는 어떻게든 아들하나 낳아 아버지를 눌러앉히려 하지만 문계장도 덜컥 임신됐다는 걸 알게 되고….70년대 초라는걸 감안하면 그렇게 눈살찌푸릴 것은 없겠다.오히려 생명을 매개로모든걸 품어안는 엄마의 모성이 때때로 눈물짓게 한다.경남 함양의풍광도 그런대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옛 TV문학관 때보다 덜 진득할요즘의 시청자들까지 흡인할만큼 진행도 속도감있다.
70년대 유신독재에 괴로워하는 ‘운동권’ 아버지 캐릭터는 원작에없던 것.극적 효과를 노린 제작진의 창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문계장과 엄마의 직접대면,문계장의 임신,메인 소재인 다리조차도 모두소설에선 일언반구 없던 얘기다. 드라마가 소설에 빚진 건 인물과 초반설정 정도.엄마와 주인공 화자의 얘기를 동렬에 세워 한 아이의 성장 내면사를 그린 소설은 결국 잘난 사내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쟁탈전과 화해의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그렇다면굳이 ‘TV문학관’이란 간판이 왜 필요할까.문학에서 드라마 입맛맞는 설정만 쏙쏙 빼온 ‘단막극’일 뿐인데.이민홍PD 역시‘다리…’를 찍는데 걸린 10일이 딱 단막극 제조기한이라 고백하지않는가.‘다리…’가 잘됐고 못됐고의 문제가 아니다.‘TV문학관’은무엇을 지향하는가. 지금으로선 문학의 육질을 화면에 옮겨보자는 것도,발랄한 문학의 새 기운을 추적해보자는 것도 아닌 것 같다.이름값이 아깝지 않을 새로운 실험정신이 절실해뵌다.
손정숙기자 jssohn@
2000-12-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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