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오르세,달렘,프라도,아카데미아,에르미타쥬,빈 예술사 박물관….
유럽여행의 백미는 역시 미술관 산책.배낭하나 짊어지고 꼭 한번 둘러보고픈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돈.숨은 그림찾아 골목골목 다리품이야 얼마든지 팔겠는데 왕복비행기삯이며 숙박비 등을 따져보니,아휴,그림의 떡이다.아쉬운대로 두꺼운 서양미술개론서나 들추며 마음을 달랠밖에….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산책’(웬디 베케트 지음,김현우 옮김,예담펴냄)은 이처럼 눈은 높은데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앞에 놓아줄만한책.미술하면 둘째가기 서러울 일가견이 있다는 웬디수녀가 대타로 유럽 미술관을 돌며 알짜배기만 골라 감상시켜준다.
미술사부터 도록에서 개론까지 봇물을 이루는게 서양미술서.미술을조금 안다는 이들마다 너나없이 내놓는 감상서 목록에 또하나 보태진게 뭐 대단하랴 싶다.하지만 일단 책뚜껑을 열어보자.판형부터 큼지막하니 예쁘장한 책맛은 페이지 넘기는 소리마다 더해진다.매력의 원천은 다름아닌 웬디수녀.옥스퍼드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BBC 미술프로로 일약 스타가 된 그녀의 단상들엔 고독속에 오래 곰삭힌 그녀만의인문적 향기가 진동한다.한점한점마다 두쪽 책바닥씩만 할애하는게아쉬울 정도다.
하늘을 우러르고 사는 수녀의 목소리라 믿기지 않을만큼 진흙탕 현실에 붙박혀있다.그래서 더 들을만하다.예를 들어 무리요의 ‘어린 그리스도와 아기 요한’과 고야의 ‘거인’.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걸린 두 작품 앞에서 저자는 주저없이 거인쪽을 택한다.“손가락만대면 폭 빠져들듯” 사랑스러운 전자보다 “불쑥 나타난 분노에 찬얼굴 앞에서 도저히 빠져나올수 없는” 후자의 인간군상들이 더욱 현실답기 때문.
베를린 달렘 미술관에서 부르크메르가 그린 ‘성 울리히’,‘성 바르바라’를 구경하는 눈초리는 어떤가.남자인 울리히가 하늘을 우러러한껏 성인다운데 반해 여자인 바르바라는 심통가득한 왈가닥이다.“왜 남자가 성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여자는 그렇지 않은가?” 따져묻는 기세가 영락없는 ‘맹렬수녀’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무시로 넘나드는 박식과 사람살이에 대한연민어린 박애가 화폭에 붙박혀있던 예술혼을 풍요롭게 살려낸다.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안젤리코 ‘수태고지’,미켈란젤로 ‘피에타’ 등 62점을 한권에 구경하는 재미는 덤.
손정숙기자 jssohn@
유럽여행의 백미는 역시 미술관 산책.배낭하나 짊어지고 꼭 한번 둘러보고픈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돈.숨은 그림찾아 골목골목 다리품이야 얼마든지 팔겠는데 왕복비행기삯이며 숙박비 등을 따져보니,아휴,그림의 떡이다.아쉬운대로 두꺼운 서양미술개론서나 들추며 마음을 달랠밖에….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산책’(웬디 베케트 지음,김현우 옮김,예담펴냄)은 이처럼 눈은 높은데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앞에 놓아줄만한책.미술하면 둘째가기 서러울 일가견이 있다는 웬디수녀가 대타로 유럽 미술관을 돌며 알짜배기만 골라 감상시켜준다.
미술사부터 도록에서 개론까지 봇물을 이루는게 서양미술서.미술을조금 안다는 이들마다 너나없이 내놓는 감상서 목록에 또하나 보태진게 뭐 대단하랴 싶다.하지만 일단 책뚜껑을 열어보자.판형부터 큼지막하니 예쁘장한 책맛은 페이지 넘기는 소리마다 더해진다.매력의 원천은 다름아닌 웬디수녀.옥스퍼드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BBC 미술프로로 일약 스타가 된 그녀의 단상들엔 고독속에 오래 곰삭힌 그녀만의인문적 향기가 진동한다.한점한점마다 두쪽 책바닥씩만 할애하는게아쉬울 정도다.
하늘을 우러르고 사는 수녀의 목소리라 믿기지 않을만큼 진흙탕 현실에 붙박혀있다.그래서 더 들을만하다.예를 들어 무리요의 ‘어린 그리스도와 아기 요한’과 고야의 ‘거인’.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걸린 두 작품 앞에서 저자는 주저없이 거인쪽을 택한다.“손가락만대면 폭 빠져들듯” 사랑스러운 전자보다 “불쑥 나타난 분노에 찬얼굴 앞에서 도저히 빠져나올수 없는” 후자의 인간군상들이 더욱 현실답기 때문.
베를린 달렘 미술관에서 부르크메르가 그린 ‘성 울리히’,‘성 바르바라’를 구경하는 눈초리는 어떤가.남자인 울리히가 하늘을 우러러한껏 성인다운데 반해 여자인 바르바라는 심통가득한 왈가닥이다.“왜 남자가 성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여자는 그렇지 않은가?” 따져묻는 기세가 영락없는 ‘맹렬수녀’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무시로 넘나드는 박식과 사람살이에 대한연민어린 박애가 화폭에 붙박혀있던 예술혼을 풍요롭게 살려낸다.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안젤리코 ‘수태고지’,미켈란젤로 ‘피에타’ 등 62점을 한권에 구경하는 재미는 덤.
손정숙기자 jssohn@
2000-12-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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