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신작 ‘향수’

밀란 쿤데라 신작 ‘향수’

입력 2000-12-11 00:00
수정 200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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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로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거론돼온 밀란 쿤데라의 신작 ‘향수(鄕愁)’(민음사)가 발간되었다.

불어로 쓴 이 소설은 올해 초 프랑스보다 먼저 스페인에서 먼저 출간돼 10만부 이상 팔렸으며 한국에서 두번째로 출간된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체코에서 출생한 쿤데라는 46세 때인 지난 75년 프랑스에 정착했고 5년 뒤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향수’는 1989년 동구권 붕괴이후 체코의 민주화 덕분에 20년만에조국을 찾은 남녀 두 망명자와 체코에 남은,남자의 옛 여자친구 등 3명 사이에 얽힌 이야기이다.공산권 망명자가 자유화된 조국에 귀환했을 때 무엇을 가장 강하게 느낄까.물질적 및 정신적 피폐함과 심대한단절감같은 것이리라.

쿤데라도 마찬가지이지만 그의 눈은 공정정권 이후라든가 망명이라는시사적인 선을 훌쩍 뛰어넘어 고향에 다시 되돌아온다는 귀향의 본질적 문제에 천착한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무지’인데 쿤데라는 소설 속에서 ‘어원상으로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이라고 말한다.내 나라 내고향은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의 고통이 향수라는 것이다.

‘향수’에서는 고향을 떠나서의 고통이 아니라 고향으로 되돌아와서의 고통을 이야기한다.또 고향에 되돌아와도 ‘고향’은 없다라는 식의 감상이 아니라 자기의 현재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절망감이 문제다.옛친구와 가족은 망명으로 산 세월과 지금의 모습엔 전혀 관심이 없다,즉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쿤데라의 망명자들은 한탄한다.

그래서 망명자들은 기억 속의 고향을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게된다.

쿤데라의 이같은 성찰과 사유도 의미있게 다가오지만 ‘향수’는 다른 쿤데라 소설처럼 남녀간의 이야기가 흥미로와 독자를 잡아끈다.

김재영기자
2000-12-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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