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성 없는 ‘거국내각론’

[사설] 현실성 없는 ‘거국내각론’

입력 2000-12-07 00:00
수정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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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정개편과 여야관계 재정립 등 국정 쇄신을 위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거국내각론’이 불거져나와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분분하다.찬성론자들은 거국내각이 ‘상생의 정치’를 통해 여야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고 여권의 협소한 인력풀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정쟁과 격돌로 일관하던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서로 최선의 인재를 총동원해서 ‘드림내각’을 구성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그러나 그것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현실에 비춰 볼 때 거국내각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전시(戰時)거국내각’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거국내각은 전쟁 등비상시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위기상황이라고는 하나 대응하기 따라서는 통상적인 내각으로도 충분히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거국내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관건이다.이회창(李會昌)총재는 5일거국내각 논의와 관련,“김대통령이 당적과 총재직을 포기하고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 좋은 인재를 ‘추천’할 수도 있지만,거국내각에 한나라당이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의문제”라고 선을 그었다.“거국내각이나 연립내각은 대통령책임제와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총재직 포기에대해 민주당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온다.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대통령이 국회에 입법기반이 없으면 어떻게 국정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뿐만 아니라 거국내각이 거론되는 데 따른 민주당 내부 사정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거국내각이 성립되면 이회창총재의 입지가 강화되게 마련이다.차기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잠자코 보고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내 갈등과 내분이 불을 보듯 뻔하다.잘못하다가는 ‘쥐 잡으려다 독 깨는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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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거국내각으로 가면 여권이 가용할 수 있는 인력풀이 넓어진다는주장도 문제가 있다.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이 지지부진한것이 어디 가용 인력 부족 때문인가. 전문성을 중시한 나머지 개혁성이 부족한 구시대의 인사들을 등용한 탓이다.역대 여당에 뿌리를 둔한나라당이 추천하는 인사들은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거국내각 논의는 이쯤에서 접는 게 옳다.거국내각이 아니더라도 여야관계를 안정시키는 길이 있다.김대통령과이총재가 주요 국정에 관해 수시로 협의하고,이미 구성돼 있는 여야정책협의회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면 된다.
2000-12-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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