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2000년 국제법정

[외언내언] 2000년 국제법정

박찬 기자 기자
입력 2000-12-07 00:00
수정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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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도쿄고등법원은 일본군 위안부로 7년 동안 혹사당한 재일 한국인 송신도(78)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1,20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항소심 판결에서 위안소 설치는 당시의국제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했다.위안소 설치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사법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재판부는 그러나 송할머니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재일한국인의 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20년이 경과한 1985년에 소멸됐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6일 일본대사관이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옆 가로공원에서는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제438차 수요시위가 열렸다.이날 시위는집행부가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국제법정’(이하 ‘2000년 국제법정’) 참가차 떠나고 없어 조촐하게 치러졌지만 1992년 1월8일 첫 집회 후 9년 동안 계속돼온 시위의 열기는 여전했다.

‘2000년 국제법정’은 1998년 4월 유엔여성단체 모임에서 일본의시민단체 대표인 마쓰이 야요리가 제안,같은달서울에서 열린 제5차아시아연대회의에서 그 개최가 결정된 것이다.남북한 중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일본 등 9개국 시민단체가 공동개최하는 법정에는 1,000여명의 세계 인권 평화 여성단체들이 참여한다.한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24명을 포함해 모두 220명이 참가하는데 특히 남북한은 공동으로 작성한 일왕(日王) 히로히토(裕仁·1989년 사망)에 대한 기소장을 제출한다.

‘2000년 국제법정’ 행사는 국제공청회·문화행사도 곁들인다.법정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를 대신해 각국 검사단이 일왕 히로히토 등 전범들을 고소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 유고전범재판에 참여했던 커크맥도날드와 국제법전문가 크리스틴 친킨 등 판사단 6명이 고소장과위안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심리하고 판결을 내린다.

이 행사는 아시아 8개 피해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상징적인 인권법정이란 점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그러나 전쟁당시 성노예 범죄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냄으로써 인간으로서 명예회복과 존엄성을 회복하고 이같은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세계적으로 명망높은 판사들이 일본정부의 잘못을 판결한다는 뜻에서의미있는 행사다. 이처럼 ‘2000년 국제법정’이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일본군 성노예 범죄에 대한 책임자의 처벌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있는데도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조약으로 이미 과거는 청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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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논설위원 parkchan@
2000-12-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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