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밍량(蔡明亮)감독의 ‘구멍’(The Hole)은 감독을 국내에 알린대표작 ‘애정만세’와 여러모로 오버랩된다.세련된 무언극 한편을보는 듯한 느낌부터 그렇다.두 남녀주인공이 등장인물의 전부이다시피하면서도 두사람은 스치기만 할 뿐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
아래층 ‘여자’(양퀘이메이)와 위층 ‘남자’(리캉셍)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 창밖으로 하염없이 장대비가 퍼붓는다.어느날 비가 새는천장에 배관공이 작은 구멍을 내면서 둘 사이엔 관심의 통로가 뚫린다.이걸로 영화의 설정은 끝이다.하루하루 더 깊어가는 호기심으로윗층을 올려다보는 여자,아래층에 귀기울이는 남자.감정의 떨림을 분분한 이야기로 섞거나 그 흔한 키스신 한번 없이도 영화는 차분히 할말을 다 한다.주인공들의 이름이나 직업 따위는 무시된다.중요한 것은,그들은 소외된 사람들이며 아주 사소한 계기(구멍)로 서로를 위무하는 ‘열린 마음’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음악 자체가 영화의 주요 오브제로 쓰이는 현실에서 드물게 배경음악이 일절 깔리지 않은 점도 차이밍량의 작품같다.그러나 중간중간 여주인공의 뮤지컬 장면이 끼어들어 방점을 찍어주는 영화다.꿈을 꾸듯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고 사랑하자”고 꼬드기는 양양퀘이메이의 육감적인 노래와 춤은,비에 젖어 구질구질하고 눅눅해진 극중 현실을 달래주는 한줄기 햇빛이고 환상이며 희망이다.
차이밍량은 도시 젊은이들의 절망,고향,가족문제 등 현대화의 그늘을끈기있게 추적해온 대만 포스트 뉴웨이브의 대표주자. 도시의 소외를그리면서 감독은 1950년대를 주름잡았던 중국 가수 그레이엄 창의 히트곡으로 지난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대신 표현했다.25일 개봉황수정기자
아래층 ‘여자’(양퀘이메이)와 위층 ‘남자’(리캉셍)가 사는 허름한 아파트 창밖으로 하염없이 장대비가 퍼붓는다.어느날 비가 새는천장에 배관공이 작은 구멍을 내면서 둘 사이엔 관심의 통로가 뚫린다.이걸로 영화의 설정은 끝이다.하루하루 더 깊어가는 호기심으로윗층을 올려다보는 여자,아래층에 귀기울이는 남자.감정의 떨림을 분분한 이야기로 섞거나 그 흔한 키스신 한번 없이도 영화는 차분히 할말을 다 한다.주인공들의 이름이나 직업 따위는 무시된다.중요한 것은,그들은 소외된 사람들이며 아주 사소한 계기(구멍)로 서로를 위무하는 ‘열린 마음’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음악 자체가 영화의 주요 오브제로 쓰이는 현실에서 드물게 배경음악이 일절 깔리지 않은 점도 차이밍량의 작품같다.그러나 중간중간 여주인공의 뮤지컬 장면이 끼어들어 방점을 찍어주는 영화다.꿈을 꾸듯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고 사랑하자”고 꼬드기는 양양퀘이메이의 육감적인 노래와 춤은,비에 젖어 구질구질하고 눅눅해진 극중 현실을 달래주는 한줄기 햇빛이고 환상이며 희망이다.
차이밍량은 도시 젊은이들의 절망,고향,가족문제 등 현대화의 그늘을끈기있게 추적해온 대만 포스트 뉴웨이브의 대표주자. 도시의 소외를그리면서 감독은 1950년대를 주름잡았던 중국 가수 그레이엄 창의 히트곡으로 지난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대신 표현했다.25일 개봉황수정기자
2000-1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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