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치적홍보에 희생된 자연

[오늘의 눈] 치적홍보에 희생된 자연

이천열 기자 기자
입력 2000-10-26 00:00
수정 200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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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청양과 금산(錦山)을 쳐준다.특히금산은 ‘산수(山水)가 비단같다’는 지명에 손색이 없어 한번 이곳을 둘러보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높고 낮은 산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물도 맑다.금강 상류에 위치한크고 작은 하천에는 깨끗한 물에만 사는 가재와 다슬기 등이 지천이다.이 물이 대청호로 흘러들어 대전과 충남·북 지역 주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김행기(金行基)금산군수도 “환경 보전이 금산의 경쟁력”이라며 “10년 뒤면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금산으로 모여들 것”이라고금산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한껏 자랑해 왔다.

더욱이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답게 그는 “굴뚝 없는 산업이 바로 금산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고한 ‘철학’을 강조하며 군내 1,000개 산을 자연공원화하겠다고 밝혀 왔었다.실제로 산에서의 광물이나 토석 채취 허가를 내주지 않아 관련 업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산악자전거대회 개최를 위해 임도(林道)를 제멋대로 닦았다가산림청으로부터 공사 중단 조치를 당했다.문제의 금산군 부리면방우리 양각산 현장.어재리에서 임도 입구로 들어서자 오색찬란한 단풍 대신 벌레가 파먹은 듯한 흉물스런 산 허리가 드러났다.98년 개설된 임도는 해발 565m에 이르는 산 정상을 끼고 돌며 엄청난 양의 돌,흙더미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게다가 최근 만든 임도는 산 곳곳에 지뢰가 터진 양 허물어져 있었다.이 임도는 특히 작년과 올해 충남도로부터 2년 연속 승인이 안난 노선이나 김 군수가 전국산악자전거대회 개최에 집착,공사를 강행케 했다.결국 산림청으로부터 공사 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한번 훼손된산은 본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김행기 군수의 이중적 환경정책도 양각산 임도만큼이나 흉하게 발가벗겨진 채 드러났다.

민선 2기 중반을 넘어섰다. 환경을 마구 훼손하면서까지 갖가지 전시행사로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단체장의 전횡이 이곳뿐만은 아니다.단체장들이 내거는 구호와 실제로 행하는 ‘현실’이 일치하는지 지역주민즉 유권자들은 꼭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천열 전국팀기자 sky@
2000-10-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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