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언론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MBC ‘100분 토론’에서 조선일보 문제를 주제로 다룸으로써 ‘안티조선운동’이 공식화된 일과 조선일보가 객관적인 북한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섹션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일이라 하겠다.주제의 신선미와 치열성,토론자의 능력과 열기에 성패가 좌우되는 100분 토론에서 조선일보문제는 열띤 토론과관심을 유도하기에 적절한 의제였다.그러나 토론의 진행과정에서 한국사회의 토론문화의 수준이 유감없이 드러난 것이 유감이다.
토론자들의 준비부족이 도처에서 드러났으며,그러다보니 근거가 부족한 무책임한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싸움’을 벌이는데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토론자들의 질서파괴적인 막가파식 발언과사회자의 통제력 상실로 차분한 토론에는 실패했다.
좀더 효율적인 토론을 벌이기 위해서는 토론의 세부의제를 설정하고그 의제에 따라 사회자가 조정력을 갖고 발언기회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토론의 형식을 바꾸고,내공이 다져진 토론자들을 교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내공이 다져진한 시민의 발언은 그 토론의 백미였다.
이 토론회는 그 준비단계부터 시끄러웠다.조선일보측은 주제선정 자체에 대하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출전을 거부하다가 결국 ‘대타’를 기용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조선일보 반대운동은 ‘강준만’,‘인물과 사상’,‘말’,‘딴지일보’(www.ddanzi.com),‘우리모두’(www.urimodu.com)로 이어져 왔다.동아일보사가 발행하는 ‘신동아’ 10월호에 안티조선문제가 등장함으로써 일차 망신을 당한 조선일보는 곧이어 시청각효과까지 갖춘 MBC 텔레비전까지 나서서 다루겠다니 그 심기가 몹시 불편했던 것 같다.
급조된 대타가 진행한 토론을 끝낸 뒤 아전인수격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나선 조선일보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과연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승부에 대한 판단은자유지만 그날 대타로 기용된 ‘선수’들의 역량은 기대 이하였다.조선일보측을 가장 열심히 대변했던 한 선수는 다양한 지식은 가지고있지만 그것을 적절한 논리구조에 따라 꿰어맞추는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졌으며, 다른 선수는 토론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사오정’ 에지나지 않았다.이들은 조선일보를 대변하고 토론상대와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적절치 못했다.
조선일보 내에 그보다 훨씬 더 잘 정리되고 언변도 좋은,그래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텐데,그좋은 인력자원들은 어디에 쓸려고 아껴두었는지 궁금하다.회피는 패배다.열린 공간에서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오해가 있으면 풀고 설득하며,잘못이 있으면 수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토론회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조선일보는 북한을 “통일시대 협력파트너”로 표현하면서 북한섹션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티조선측은 조선일보의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수구·극우적이며 냉전·반통일적이라 비판하고 있다.그런 보도태도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완화의 시대에는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신설될 북한섹션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통일문제를 다룰지 알 수 없지만,문제는 보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각과 한민족에 대한 애정 여부다.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적어도 조선 내부에서 그동안수구적이고 냉전적 분위기를 만들어 왔던 일부 사람은 교체되어야 한다.
동일한 사람들이 말을 바꾼다고 해서 누가 그것을 진실한 말이라고믿겠는가.어쨌든 조선일보 내부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류한호 광주대교수·언론정보학
토론자들의 준비부족이 도처에서 드러났으며,그러다보니 근거가 부족한 무책임한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싸움’을 벌이는데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토론자들의 질서파괴적인 막가파식 발언과사회자의 통제력 상실로 차분한 토론에는 실패했다.
좀더 효율적인 토론을 벌이기 위해서는 토론의 세부의제를 설정하고그 의제에 따라 사회자가 조정력을 갖고 발언기회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토론의 형식을 바꾸고,내공이 다져진 토론자들을 교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내공이 다져진한 시민의 발언은 그 토론의 백미였다.
이 토론회는 그 준비단계부터 시끄러웠다.조선일보측은 주제선정 자체에 대하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출전을 거부하다가 결국 ‘대타’를 기용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조선일보 반대운동은 ‘강준만’,‘인물과 사상’,‘말’,‘딴지일보’(www.ddanzi.com),‘우리모두’(www.urimodu.com)로 이어져 왔다.동아일보사가 발행하는 ‘신동아’ 10월호에 안티조선문제가 등장함으로써 일차 망신을 당한 조선일보는 곧이어 시청각효과까지 갖춘 MBC 텔레비전까지 나서서 다루겠다니 그 심기가 몹시 불편했던 것 같다.
급조된 대타가 진행한 토론을 끝낸 뒤 아전인수격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나선 조선일보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과연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승부에 대한 판단은자유지만 그날 대타로 기용된 ‘선수’들의 역량은 기대 이하였다.조선일보측을 가장 열심히 대변했던 한 선수는 다양한 지식은 가지고있지만 그것을 적절한 논리구조에 따라 꿰어맞추는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졌으며, 다른 선수는 토론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사오정’ 에지나지 않았다.이들은 조선일보를 대변하고 토론상대와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적절치 못했다.
조선일보 내에 그보다 훨씬 더 잘 정리되고 언변도 좋은,그래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텐데,그좋은 인력자원들은 어디에 쓸려고 아껴두었는지 궁금하다.회피는 패배다.열린 공간에서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오해가 있으면 풀고 설득하며,잘못이 있으면 수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토론회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조선일보는 북한을 “통일시대 협력파트너”로 표현하면서 북한섹션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티조선측은 조선일보의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수구·극우적이며 냉전·반통일적이라 비판하고 있다.그런 보도태도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완화의 시대에는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신설될 북한섹션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통일문제를 다룰지 알 수 없지만,문제는 보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각과 한민족에 대한 애정 여부다.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적어도 조선 내부에서 그동안수구적이고 냉전적 분위기를 만들어 왔던 일부 사람은 교체되어야 한다.
동일한 사람들이 말을 바꾼다고 해서 누가 그것을 진실한 말이라고믿겠는가.어쨌든 조선일보 내부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류한호 광주대교수·언론정보학
2000-10-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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