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악용하는 신용카드회사

‘장애’ 악용하는 신용카드회사

입력 2000-09-30 00:00
수정 200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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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사리분별도 잘 못하는 장애자를 상대로 돈벌이를 할 수있습니까” 회사원 심보경(沈寶敬·29·여·서울 중랑구 면목2동)씨는 정신지체자인 오빠(36)가 신용카드 회원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얄팍한 상혼에 분통을 터트렸다.

지능지수(IQ)가 100도 안될 만큼 판단력이 떨어져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 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심씨 오빠는 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서울 송파구 L백화점 지하 1층 S사 가로판매대에서 카드회원 가입서에 서명했다.심씨 가족은 “카드를 분별력 있게 쓰지 못할 뿐 아니라경제력도 전혀 없는 만큼 돌려 보내겠다”고 했으나 S사는 본인에게연락해 카드를 발급해줬다.오빠는 이 카드로 지난 21일 100여만원어치를 결제했다.

보경씨는 “가족들의 동의도 없는데다 무자격자에게 왜 카드를 내줬느냐”며 항의했으나 S사 심사팀은 “전산자료를 검색해 본 결과,심씨가 J은행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데 6개월 이상 연체가 없는 등 신용거래 양호자로 판단돼 발급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태연히답변했다.

그러나 J은행에 알아본 결과 오빠가 사용 중인 카드는 신용카드가아닌 직불카드로 밝혀져 회사측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보경씨는 “신용사회,신용사회라고 하는데 개인정보가 너무나 쉽게 흘러나오는데 또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徐瑩鏡) 팀장은 “카드회사들의 출혈경쟁과 맞물려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경제력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한 뒤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려 한다는 고발사례가 하루수십건에 이른다”며 “법규정비 등 제재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 진정한 신용사회를 정착시키고 인권침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2000-09-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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