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화산업 본질적으로 다르다

문화·문화산업 본질적으로 다르다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0-09-26 00:00
수정 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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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문화’라는 말만큼 의미의 쓰임이 폭넓은 단어도 없다.프랑스 파리 5대학의 민족학·인류학 교수인 장-피에르 바르니에가 ‘문화의 세계화’(한울 펴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논지는 “‘문화’와 ‘문화산업’은 절대로 다르다”는 것이다.그는 문화의본질 자체에 재차 주목하고,나아가 ‘문화의 세계화’ 개념을 지구화담론속에 얼렁뚱땅 묻어버리지 말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책은 ‘지구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의 문화도 과연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먼저 던진다.별 의심없이 이미 상식화하고만,경직된 사고를 정조준했다.

저자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쪽이다.문화의 개념에 대한 오해가 문화의 세계화까지 그릇되게 이해하게 만들어왔다고 꼬집는다.그리고는근본적으로 그같은 오류가 문화산업을 문화와 동일선상에서 보려는자세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문화의 세계화를 운위하는것은 언어의 오용이다.기껏해야 우리는 ‘문화적 재화’(영화,방송,음반,언론매체,특히 잡지)를 취급하는 일부 시장의 전지구화에 대해말할 수 있을 뿐이다.문화산업과 문화를 혼동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것이다”그 혼동이나 착각은 “세계문화의 본령을 이루는 모든 것은 무시한채 선진국의 미디어가 부각시키는 부분만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파악하고,책은 문화적 재화(문화상품)를 삶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 인류의 10분의 9를 존중하라고 충고한다.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는 문화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데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문화산업 영역에 미디어가 포함되고,세계의 문화정책은 이에 주목해 설계된다”고 전제한 뒤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덧붙인다. “인류 전체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동의 나침반과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의 세계화가 오기를 기원한다.그러나 미디어나 문화산업이 그런 일을 맡아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목표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지 보편적 문화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결론 지점에 이르면 책은 국제기구 문제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무역조직인 WTO에 맞설 수 있는 제2의 WTO같은국제문화기구가 나타나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이다.

문화적 파편화와 혼합의 결과,갈등요인으로 부상한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했다.하지만 문화산업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정체성을 확보해줄 명쾌한 방법까지 제시하진 못한다.지은이는 현대석학들의 견해들을 두루 끌어들였는데,이를 비교해보는 것만도 유익한 책읽기가 될 듯하다.주형일 옮김.188쪽.9,000원황수정기자 sjh@

2000-09-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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