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 ‘개판 언론’의 수치와 자책

[김삼웅 칼럼] ‘개판 언론’의 수치와 자책

김삼웅 기자 기자
입력 2000-09-26 00:00
수정 2000-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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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는 3개의 머리에 뱀의 꼬리를 갖고 주로 하데스(저승)의나라에서 도망을 시도하는 주민을 붙들어 잡아먹는 역할을 하는 신화상의 괴견(怪犬)이다.그는 죽은 자가 저승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했으나 살아 있는 사람이 자기가 지키는 나라에 오는 것은 용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르페우스(최고의 시인)는 음악으로 이 개의 마음을 다른 데로 돌려야 했고 시빌레(신탁을 고하는 무녀)는 그 곁을 지나기위해 소프(잠자는 약을 탄 술에 적신 빵)를 던져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헤라클레스도 이 개와 격투했다.그리스 신화 중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인 헤라클레스의 과업의 하나는 케르베로스를 저승에서 지상으로데려오는 일이었다.케르베로스는 엄청나게 무서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본 자는 돌로 변했다.

지옥을 지키는 이 번견(番犬)은 오로지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의 명령에 충실할 뿐이다.그래서 헤라클레스도 이 개를 지상으로 데려왔다가 결국 다시 저승으로 되돌려 보냈다.괴력을 가진 개의 힘 때문이다.

하데스에 못지않는 자가 중국춘추시대의 큰 도적 도척(盜척)이다.

현인 유하혜(柳下惠)의 아우로 수천명의 도당을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하면서 사람의 간을 꺼내어 회쳐먹었다는 인종지말(人種之末)이다.

어느날 도척의 개가 요(堯)임금이 지나가자 사납게 짖고 옷깃을 물어찢었다.

도척의 밥을 먹고 사는 개는 아무리 자기 주인이 악당이라도 주인이하라고 하면 요와 같은 성인군자에게도 서슴지 않고 짖어댄다. 척구폐요(척狗吠堯)의 고사다.

작고한 김경탁(金敬琢)교수의 글에 ‘견공(犬公)의 윤리’가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첫째,이 개라는 놈이 ‘빈자기자(頻자其子)’하니부자유친이다.제 새끼 귀엽다고 자주 혓바닥을 핥아주니,이것은 아비와 새끼 사이에 ‘친(親)’이라는 윤리가 있다.둘째는 개가 ‘불폐기주(不吠其主)’하니 군신유의이다.자기를 길러준 은혜를 고맙게 생각하여 제 주인 보고 짖지를 아니하니,이것은 임금과 신하사이에 ‘의(義)’의 윤리가 있다.셋째는 개가 ‘교미유시(交尾有時)’하니 부부유별이다.언제나 함부로 달려들지 않고 일정한 시기에만 교미를 하니,이것은 암놈과 수놈 사이에 ‘별(別)’이라는 윤리가 있다.넷째는개가 ‘소부적대(小不敵大)’하니 장유유서이다.젊은 개는 늙은 개를 상대로 싸우지 아니하니,이것은 큰놈과 작은놈 사이에 ‘서(序)’의 윤리가 있다.다섯째는 개가 ‘일폐군응(一吠群應)’하니 붕우유신이다. 한 놈이 멍멍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다 같이 여기에 호응하여 응원하니,이것은 동무와 동무 사이에 ‘신(信)’의 윤리가 있다는 것이다. 해방 전후의 언론인 설의식(薛義植)은 ‘돼지의 대덕(大德)’이란글에서 개와 관련하여 이렇게 썼다.

“개는 영역감(領域感)에 민첩한 동물이요,영지욕(領地慾)에 탐락(貪락)한 동물이다. 그러므로 자령(自領)을 편수(偏守)하기에 사력을다하며 덮어놓고 배타를 일삼아 짖기를 잘한다.침경(侵境)은 고사하고 접경(接境)도 못할 정도로 날뛰고 야단이다.그리고 뼈다귀만 만나면 으르렁거리고 싸움을 잘 한다.냄새도 잘 맡지만 꼬리도 잘 흔든다.한 술 밥에도 꼬리를 흔들고 한 덩이 고기에도 아양을 부린다.이렇게 쓰다가보니 개 이야기가 아니라 작년 1년간 걸어온 우리 자신의자화상 같아서 붓이 저절로 멈추어진다.자긍과 자책을 느끼는 까닭이다.” ‘자긍과 자책’이 와닿는다.얼마 전 여당대표가 우리 정치를‘개판’이라 표현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그런데 개판인 것은 정계뿐일까.어느 면에서 언론계야말로 ‘개판’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사주가 물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고 세게 물라면 세게 물고 적당히짖으라면 그렇게 한다.독재로부터 해방된 언론이 사주로부터 독립될날은 언제일까.요즘 일부 언론의 ‘반언론적' 행태를 지켜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올곧은 언론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고려가 망하자 선비 조윤(趙胤)은 “나라가 망했는데 죽지 못하니나는 개다”라고,이름을 견,자를 종견(從犬)으로 바꾸고 산 속으로들어갔다.개보다 못한 인간의 삶이 부끄러워서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혹사전(酷史傳)에서 ‘구불이선폐위량(狗不以善吠爲良)’ 즉 “개는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고 도둑을 알고 짖는 개가 좋은 개다”라고 썼다.

김삼웅주필 kimsu@
2000-09-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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