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카페]“잘 먹겠습니다”

[휴먼 카페]“잘 먹겠습니다”

신동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9-19 00:00
수정 200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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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지내는 한 소년은 식사전에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잘먹겠습니다아∼”.하도 기특해서 도대체 누구에게 인사하는 것이냐고물었더니 소년은 음식을 만들어 주신 부모님께 한답니다.그럼 자장면시켜먹을 때는 누구에게 인사하니? 하고 짖궂게 또 물으니,소년은 잠시 머뭇거린 뒤 “자장면은 중국집아저씨가 만들지만 돈은 부모님이주셨으니 부모님한테 해야죠” 이럽니다.

저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모든 사람에게 감사해야 합니다”.부모님은 물론,주방장 아저씨,배달부,양파를 키운 농부,심지어 ‘철가방’을 만든 사람까지 모든 이에게 감사해야 합니다.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설명은 못되지요.단지 이건 교육의 첫걸음에 불과한 것입니다.

“잘 먹겠습니다”는 지금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자신에 대한,현실에 대한 감사입니다.내 존재,온 우주에 대한 감사법입니다.물론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장 눈앞의 맛 뿐일 수 있습니다.그러나맛 하나에 우주가 다 관여하고 있습니다.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의 모든 에너지,보이지 않는무수한 손들이 그 자장면 하나를 떠받치고 있습니다.즉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가 떠받치고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존재의 진정한 주인은 사실그 말없는 사이의 공간입니다.존재의 진정한 주인은 거대한 침묵입니다.그 거대한 침묵의 희생과 봉사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마음껏뛰어놀 수가 있겠습니까? 자장면을 앞에 두고 온 우주에 인사하는 크고 먼 눈과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신동희 무심명상센터 운영 paraajee@hanmail.net

2000-09-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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